눈물 같고 마침표 같은 비가 혹은 날고 혹은 떨어집니다.
하얗게 젖은 세상 속에서 포크레인이 작동합니다.
아, 집 하나가 사라지는 중입니다.
예술가 주인이 살았을 때는 철철이 옷을 갈아입으며
아름답던 집... 몇 해 전 그이가 죽은 후엔 버려진 아이처럼
추레하던 집... 남은 가족들 사이에 유산 싸움이 붙었다는
소문 속에 어느 날 문득 수의 차림이 되더니
오늘 빗속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자가 삼대를 못 가고 빈자가 삼대를 안 간다'더니
아름다운 집은 이대도 가지 못하는가...
무너지는 집 마당의 숱한 나무들
저 포크레인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느낄 공포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마도 한참 그 집이 섰던 길 쪽으론 가지 못할 겁니다.
나무들이 섰던 자리에 또 하나 높은 건물이 지어지고,
그 집이 누구의 무덤 위에 섰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칸칸을 차지하고, 그러고도 한참 후에나
갈 수 있을까요...
오래 산다는 건 많이 이별하는 것
타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
다른 존재들의 공포를 느끼는 것
죽음 위에 서는 생(生)의 비릿함에
진저리치는 것
그리고 봄비... 모든 '것'과 '것'들 토 닥 이 는
저 차갑고 뜨거운 손 손 손...
https://www.youtube.com/watch?v=fP14A6rUWBg&ab_channel=JimmyS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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