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00: 두 세계의 만남 (2022년 1월 9일)

divicom 2022. 1. 9. 08:19

만남 중에 쉬운 만남은 없습니다.

아니, 의미 있는 만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게 옳겠지요.

 

오늘 저녁 어머님아버님과 만나기 위한 준비도

며칠 전에 시작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뵌 아버님, 한참씩 저희와 동거하신 어머님,

아버님은 룸메의 십대 중반 떠나시고 어머님은 2014년에

떠나셨습니다. 작년에 뵈었으니 꼭 일 년 만입니다.

 

적어도 9시부터는 두 분께 대접할 음식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사는 우상 숭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차원에 거주하는

두 분과 저희 가족이 상 앞에서 사랑으로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 년 처음 하는 일을 하여 돈을 번 두 분의 손자가

제사 비용을 내주어 오늘 제사상엔 구경만 하고 산 적은 없었던

샤인머스캣도 올라갑니다.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의

미소가 보이는 듯합니다.

 

어젠 상에 올릴 생선을 사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마트를 네 군데나

갔지만 사지 못하고 시장에 가서 샀습니다. 마트엔 온통 고등어와 갈치,

이면수, 오징어, 굴, 작은 조기 같은 것만 있는데, 그 중에도 고등어가 주류였습니다.

이 나라 시민들의 쏠림 현상은 생선 섭취에도 나타나는구나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시장에서 어여쁜 도미 한 마리를 사들고 돌아오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디 맛있는 음식이 되어 아버님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두 분 남기신 상 앞에 앉으면 오래 서 있었던 다리가

풀려 일어나기도 힘들겠지만 마음은 뿌듯할 겁니다.

'아유... 우리 에미 애썼다.' 소리 없는 어머님 말씀에 눈물이 흐를 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반가운 해후의 날, 어머님의 세계와 저희의 세계가 만나는 날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