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생의 날 (학생독립운동기념일)'입니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출발해 나주역에 도착한 통학열차에서
일본인 광주중학생들이 내렸고, 이들은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조선 여학생들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했습니다.
조선 남학생들이 항의하며 그들과 일본 학생들이 싸움을 벌였고
그렇게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작년 오늘자 한국일보에 실린 손호철 교수의 글을 요약하면,
"한국 학생운동의 기원격인 광주학생운동은 우발적인, 일회성 항일투쟁이 아니었고
5개월간 전국 320개 학교의 5만 4,000여 명이 참여한, 지속적이고 전국적인 항일
독립투쟁이며 간도·상하이·베이징·일본·미주에까지 번져간 국제적 투쟁"이었다고 합니다.
이 나라가 지금 이곳에 이르기까지 피 흘린 젊은이들과 늙은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은 어떻게 잊혀졌는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광주 시인 이성부 (1942-2012) 선배의 시 한 편 옮겨둡니다.
시 말미의 말없음표는 원문 그대로입니다.
전라도 1
좋았던 벗님은 멀리 떠나고
눈부심만이 내 방에 남아 나를 못살게 하네
못살게 하네 터무니 없는 욕심도
꽃같이 잠들었네 법석대는 머슴도 착한 마음씨도
못 견디게 설운 사랑도 저 모래밭도
구천에 잠들었네
갈수록 무서운 건 이 노여움의
푸른 잠, 이것을 바로 이것을
땅 위의 모든 책들이 가르쳤네
어째서 책이 조심스럽게 말하는가를 이제 알겠네
이제야 알겠네 벗님도 가버리고
눈부심만 남은 밤을
어째서 그것은 깊이 살아 있고
곳곳에서 소리 없이 고함치는가를......
--- 이성부 시선 <우리들의 양식>,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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