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33: 코로나바이러스와 스타벅스 (2020년 6월 14일)

divicom 2020. 6. 14. 08:03

어제 오후 연희동 스타벅스에 친구를 만나려고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일, 이층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여러 달째 싸우고 있는 정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가 2미터는 되어야 한다고, 정 안되면 1미터라도 떨어져

앉으라고 호소하지만, 스타벅스의 손님들 사이엔 거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린이부터 중년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겨울 대중목욕탕처럼 붐비는 것을 보고

앉지 않고 돌아서 나왔습니다.

 

어린이와 60세 이하 연령층의 사망률이 낮다는 통계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찾아오는 불행이 나에겐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은사망상(恩賜妄想) 때문일까요?

 

사망률이 아무리 낮아도 죽는 사람은 하나뿐인 생명을 잃는 것이고

‘은사’에 대한 믿음은 말 그대로 ‘망상’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의 은사’가 바이러스를 피하게 한다면 교회와 신도모임이

감염의 온상이 되진 않았겠지요.

 

젊은이들에게 부탁합니다.

정부의 호소를 들어주세요. 떨어져 앉아 주세요.

사람 많은 곳엔 가지 마세요.

당신이 감염되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걸,

그 감염이 헌신적인 의료진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그 감염이 국고의 소진을 가속시킨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은 70대부터 급격히 상승해

젊은이 사망률의 10배에 이릅니다.

 

노인들에게 부탁합니다.

당신이 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잉여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 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죽지는 마세요. 걸리지 않게 최대한 노력해 주세요.

 

'유의미한 생(生)'은 시대에 따라 다릅니다.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때 ‘단지 살아있음'으로써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나치 수용소에서 끝내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Primo Levi)를 기억하세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고

국고를 축내지 않는 것, 부자연스런 장례를 피하고

사망률을 높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무의미했던’ 삶이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제 연희동 스타벅스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