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가 지나니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지워집니다.
햇살 뜨거운 낮엔 매미가 소리치고, 매미가 울지 않는 시간엔
귀뚜라미가 속삭입니다.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立春),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立冬),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
네 개의 문턱엔 모두 '들 入' 대신 '설 立'이 들어 있습니다.
절기가 새로 시작하는 것이니, '선다' 보다는 '들어온다'가 맞을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계절의 시작에 '들 入' 대신 '설 立'을 쓴 옛사람들은
시간을 커다란 하나의 집으로 보았던 건지 모릅니다.
계절을 하나 '세울' 때마다 기둥이 하나씩 세워지는 커다란 집.
나는 집을 잘 짓고 있는가, 매미처럼 귀뚜라미처럼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해묵은 질문으로 또 한 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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