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이렇게 반가운 걸 보면 전생 어느 때쯤엔 나무였나 봅니다.
창문 앞에서 젖은 산의 몸내를 한껏 맡은 후 책상 앞에 앉으면
말 그대로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면 집중이 잘 되어 능률도 오릅니다.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뇌가 태업을 도모하면
다시 창가로 가서 큰숨을 쉽니다.
그런 여유조차 부릴 수 없을 땐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가 부르는 'Vissi d’arte, vissi d’amore(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로
귀와 영혼을 씻으며 인간의 위대함을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작은 사람이지만 역사를 이룬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문득
희망이 싹트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됩니다.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푸치니의 오페라 'Tosca(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는 비의 목소리...
오늘처럼 젖은 날에 꼭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물론 그의 목소리가 영혼을 적시어 일상 속 삶의 속도가 느려져도 된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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