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6: 나이는 쌓이는데 사람은 작아지네(2019년 9월 4일)

divicom 2019. 9. 4. 06:19

세상 구경의 재미 중 으뜸은 사람 구경입니다.

살아있으면 누구나 일 년에 한 살씩 나이를 먹는데

그 나이란 것이 재미있습니다.

사람은 벼와 달라서 가을이 온다고 다 익지는 않으니까요.

인생의 황혼에 들었다고 꼭 성숙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요.


아주 드물긴 하지만 나이 들며 익어가는 친구를 보면 반갑고 기쁩니다. 

나도 저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세상에 내놓은 성취는 많지만 인간적으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친구를 보면 슬픕니다. 나는 저이와 다른가,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이는 쌓이는데 마음의 키는 작아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아지는 이유는 대개 세상의 인정 때문입니다.

인정 받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작아지는 사람도 있고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작아지는 사람도 있고

인정 받지 못하여 느끼는 초조, 영영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에 작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인정에 집착하고 박수를 받고 싶어할까요?


가끔 누군가를 보며, '아, 이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구나' 할 때가 있습니다.

대개 작은 성취를 크게 기뻐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거나

남들의 박수에 우쭐하는 사람입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거나 사라지면

우울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잃는 사람이지요.


인생은 마음을 키울 기회입니다.

나이는 그 기회를 잘 이용하도록 돕는 친구 같은 것이지요.

성취라는 것, 박수라는 것, 마음 밖에 쌓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뿐일까요?


제게 의미 있는 건 오로지 마음의 맑음을 유지하며 키우는 것,

깊은 산속 맑은 시내처럼 탁류 같은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혹시 누군가 길을 잃고 찾아올 때 목을 축여주고 방향을 알려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이 첨예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사니

제 살림살이가 요 모양이겠지요? 이래저래 삶은 유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