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암과 소득 격차 (2010년 7월 20일)

divicom 2010. 7. 20. 08:25

"서울에 사는 김모(58)씨는 2006년 8월 초 서울의 A중소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하지만 8개월 만에 재발해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받았다. 2008년 11월에는 폐로 암이 번져 지금은 생존할 날이 며칠 안 남았다. 대장암 3기는 미국 국립암센터와 대형암센터연합회(NCCN) 지침에는 반드시 방사선 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도 이 기준을 원용한다. 서울대병원의 담당 의사는 “A병원은 이런 사실을 몰랐고, 방사선 치료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A병원은 2006년 김씨를 포함해 3건의 대장암 수술을 했다.

 

위·대장암 수술 건수가 한 달에 2~3건에 불과한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건수가 많은 병원보다 최고 6배나 높고 합병증이 1.5배 많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09년 9대 암 수술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심평원이 기준건수 지표를 설정한 위·대장 등 5개 암 수술 병원 834곳의 자료를 분석했다. 기준건수는 수술 후 한 달 내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 등이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다. 위암은 연간 41건이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한 병원 229곳 중 161곳이, 대장암은 276곳 중 190곳이 기준건수에 미달했다. 기준건수 미만의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한 달이 안 돼 숨진 환자는 4.5%로 기준 이상인 병원(0.66%)의 6.8배였다. 기준건수 미만인 데에는 국립의료원(현 국립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수술 실적이 적은 병원을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자료와 행정안전부 사망자료를 이용해 2002~2005년 위·대장·폐·유방·췌장·방광·식도 수술을 받은 환자 4만9897명이 소득·연령 등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의료기관을 선택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소득층 위암 환자(3755명)의 42.5%는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연간 126건 이상)을, 28.4%는 중간인 병원(39~125건)을, 29.1%는 적은 병원(38건 이하)에서 수술을 받았다. 반면 저소득층(3675명)의 29.2%만이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을 찾았고, 33.4%는 중간 병원을, 가장 많은 37.4%가 건수가 가장 적은 병원에 몰렸다. 암센터는 수술 받은 환자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등분해 분석했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층 중 가장 많은 37.6%가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 저소득층의 37.7%가 건수가 적은 병원에 몰렸다. 폐나 유방 등 다른 암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은 대부분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곳이어서 수술·치료비도 일반 병원보다 비싸다.

 

대도시와 그외 지역, 노인과 비노인 간에도 차이가 났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위암 환자가 수술 건수가 적은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대도시 거주자보다 11% 높았다. 대장암은 51%, 유방암은 30%, 췌장암은 48%가 각각 높았다. 65세 이상 노인도 수술 건수가 적은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위암은 54%, 대장암은 49% 높았다. 다른 암도 비슷했다. 또 중환자일수록 암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을 찾았다.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는 외래 환자보다는 응급실을 통해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국립암센터 박종혁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계층별로 의료 이용에 있어서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비보험 진료비 부담, 취약한 사회적 네트워크, 정보 부족 등이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암 학술지 ‘Annals of Surgical oncology’ 인터넷판에 실렸다."   --- 중앙일보 7월 19일 자에서 인용.

 

제가 자본주의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人)' 대신 '자본(資本)'이 근본 대우를 받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도시가 아닌 지역에 살기 때문에, 노인이기 때문에, 수준 낮은 의료기관에서

암 수술을 받고,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람의 슬픔과 분노를, 도시에 살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비노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가 심하게 아플 때 찾아가는 한의사 선생은 무릇 의사(한의사 포함)가 지을 수 있는 죄는,

첫째, 환자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죄, 둘째, 고치지 못하면서 고칠 수 있는 것처럼 환자를 붙들어

고칠 기회를 빼앗는 죄라고 얘기합니다. 명의는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태어난다지만, 사람은

실험동물이 아닙니다. 수술 건수가 적고 암 환자 치료 경험이 적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그 사실을 밝히고 설명하여, 수술과 치료 경험이 많은 병원에 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것, 소득의 격차가 질병과 반비례하고 치료와 비례하는 걸 막아,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평등을 누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참 착잡한 여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