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배워도 우주의 점 하나만큼도 모르고 죽겠지만
배우는 즐거움엔 끝이 없습니다.
일주일 전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충남대 방재욱 명예교수의 '생명에세이'에서
그런 즐거움을 느껴 아래에 옮겨둡니다.
우리는 누구나 몸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신기한 일일까요?
| | | | | | 1,000만 년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Y염색체 종말론’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리고 Y염색체의 종말과 더불어 남성도 쇠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Y염색체는 남성의 성징(性徵)을 나타내는 염색체로 불리고 있는데, 초기 포유류에서 성염색체가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Y염색체가 처음부터 성 결정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초기 포유류에서 성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암수의 다른 모습으로부터 수정란의 발생 초기에 온도나 산성도의 차이에 따라 성이 구별되어 결정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악어나 거북이 등 일부 파충류에서는 온도에 따라 성이 다르게 결정되기도 합니다.
Y염색체가 처음 나타난 시기는 3억 년 전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그보다 1억 년 정도 늦은 1억 8,000만 년 전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Y염색체는 염색체가 복제되고 분열하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수컷의 특징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상동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겨났으며, X염색체와 짝을 이루는 공존을 통해 지금까지 존속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3억 년 전까지만 해도 Y염색체는 X염색체와 약 600개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19개의 유전자만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Y염색체 종말론’을 제창하고 있는는 학자들의 주장에서처럼 Y염색체가 종말의 쇠퇴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일까요. 그 답은 ‘No!’라고 생각합니다.
Y염색체는 긴 진화 과정에서 길이가 짧아지며 많은 유전자를 상실해 왔지만, 원숭이와 침팬지가 갈라진 2,500만 년 전부터 유전자 상실이 중단되며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Y염색체가 현재와 같이 안정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Y염색체에 담겨 있는 생명 유지에 중요한 12개의 유전자들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들은 성의 결정, 정자의 생성, 음경의 발달 등과는 무관하며, 심장세포나 혈구세포와 같은 다른 조직의 발현에 작용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세포의 핵심 기능인 단백질 합성, 유전자의 전사 조절 등에 관여하는 Y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면 생물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Y염색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존속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Y염색체에 언제 다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류를 비롯해 Y염색체를 간직하고 있는 많은 동물들의 미래에 Y염색체가 사라지는 종말론이 현실로 나타날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놀라운 생존력이 계속 유지되며 존속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주요 관심 과제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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