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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연방' 소동, 누구의 책임인가(2018년 12월 28일)

divicom 2018. 12. 28. 08:50

어떤 일이 잘 되어갈 때 재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럴 때도 있고 무심결에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에서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통일 열망'이라고 한 것을

남한 기자단이 '통일 연방'으로 잘못 듣고 보도했고

언론사들 중에는 '연방'으로 통일하게 돼 큰일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곳들도 있습니다.


김윤혁 부상의 연설 당시 소음이 심했고, 

그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문맥상 그렇게 잘못 알아들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의 연설문은 이미 한국 통일부에 전달된 상태였고

기자들이 그 연설문을 달라고 통일부 관리들에게 요청했으나

'서울에서 가져오지 않았다'며 제공하지 않았다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서울에서 가져오지 않아' 제공할 수 없는 걸까요?

그 관리들에겐 스마트폰도 없었을까요?


모처럼 남과 북이 통일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재를 뿌린 자들,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될까요?

서울신문의 관련 기사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강해이 통일부 ‘통일 열망’→‘통일 연방’ 와전 빚어



지난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참석한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착공사에서 ‘통일 열망’이라고 말한 것을 남한 풀(대표)기자단이 ‘통일 연방’으로 잘못 알아듣고 보도한 것으로 27일 확 인됐다.

당시 착공식은 야외에서 진행돼 주변 소음이 심했고 추운 날씨에 김 부상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기자단은 현장의 통일부 관계자에게 착공사 원문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통일부 측은 서울에서 원문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제공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측으로부터 착공식 전날인 25일 김 부상의 착공사 원문을 받아놓고도 정작 착공식에는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이에 기자단은 ‘통일 열망’을 ‘통일 연방’으로 잘못 알아들은 풀기사를 서울의 기자단에 보냈고, 전 언론이 ‘통일 연방’으로 이날 낮부터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아무런 정정 조치도 하지 않다가 다음날인 27일 아침 일부 신문이 김 부상의 ‘통일 연방’이라는 말을 북한의 통일노선인 고려연방제와 연결지어 연방제 적화통일 의도라는 식으로 보도하자 그제서야 원문을 공개하며 김 부상의 실제 발언은 ‘통일 열망’이라고 확인해 주는 촌극을 빚었다.

이에 통일부가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를 치르면서 전형적인 ‘공무원 기강 해이’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남북회담이 파행되고 남남갈등이 촉발되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전 언론이 보도한 기사는 김 부상이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 연방’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27일 오전 7시 통일부가 공개한 착공사 원문은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뜨거운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계 부서가 착공사 초안을 못 챙겨 가서 기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해 착오가 있었다”며 “크로스체크를 할 여지들이 있었는데 잘 안 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개성공동취재단·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28002004&wlog_sub=svt_006#csidxa9f7f043342a689bdb910d7c5a290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