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다림뿐인 사랑이어도(2018년 12월 18일)

divicom 2018. 12. 18. 17:44

십이월의 석양을 보다가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제 책들 중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까요? 

<시선(視線)>에 실린 글입니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길 빌며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다림뿐인 사랑이어도


반가운 해후란 긴 기다림에 비하면 얼마나 찰나적인가. 

그리움이 키만큼 자란 후에야 해후는 구름 사이 언뜻 보이는 

달처럼 짧다. 물론 삶의 절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 순간이 

곧 영원이라고 자신을 토닥이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다시 기다림의 하루, 아니 일생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림뿐인 사랑이어도 그 사랑이 마치 커다란

힘센 기둥과 같아서 그에게 기대지 않고는 살아낼 수조차 없음을, 
그리하여 그 기다림이 이미 축복인 것을 사랑해 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좀체 걸리지 않던 감기에 젖은 먼 벗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가지 감상에 젖다. 도대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의 존재와 내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그의 존재 사이 

그 불합리한 거리를 생각하며 또 하나의 짧은 해후를 기다리니...

제발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