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지 않아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할 때나
혼자 밥을 먹을 때면 텔레비전을 켜놓습니다.
채널은 많지만 볼 만한 프로그램은 드뭅니다.
여러 명의 연예인이 나와 떠드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런 프로를 피해 채널을 돌리다보면
이 나라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가 됩니다.
그나마 볼 만한 프로그램은 jtbc의 '한끼줍쇼'입니다.
이경규 씨와 강호동 씨라는 두 진행자나 그들이 동반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들이 길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그들이 방문한 집의 주민들 때문입니다.
방문하는 집이 다르고 그 집의 밥상이 다른 것처럼 주민들의 삶과 사연이 다 다르니
시청자가 받는 느낌도 다릅니다. 말하자면 '한끼줍쇼'라는 '食큐멘터리'는
밥상을 핑계로 남의 삶을 엿보는 창문 같은 것이지요.
엊그제 점심을 먹을 때도 이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았습니다.
평창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스케이트 선수들이
두 진행자와 함께 서울 공릉동의 두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출연자들 중에 젓가락질을 못하는 젊은이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엔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양사람이 나이크와 포크를 제대로 써야 교양인 대접을 받는 것처럼
한국인은 젓가락질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어떻게 먹든 먹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야?'하는 식의 젓가락질이 흔합니다.
'한끼줍쇼'는 '음식 다큐멘터리'인만큼 먹는 장면을 클로즈업하는 일이 많은데
젓가락질을 못하는 사람의 '먹방'은 그 사람에게 가졌던 호감을 거둬들이게 합니다.
'한끼줍쇼'의 출연자를 결정할 때 젓가락질을 잘하는지 미리 알아볼 수는 없을까요?
'한끼줍쇼'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아하게 젓가락질을 하게 되면
젓가락질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배워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게 될지 모릅니다.
'한끼줍쇼'가 옳은 젓가락질의 확산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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