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바구니를 든 친구(2018년 6월 11일)

divicom 2018. 6. 11. 03:46

엊그제는 선배 댁 정원의 꽃들 사이에서 보낸 하루를 이 블로그에 간단히 기록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말 손수 만든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와 준 친구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토요일은 구순 앞둔 어머니와 점심 먹는 날.

지난 토요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댁 가까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부근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일터에서 특별한 꽃꽂이 강습이 열려 꽃바구니를 만들었는데

그 꽃바구니를 제게 갖다 주고 싶다는 친구의 전화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좋아서 "그럼요!" 했는데

친구는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오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보다 여덟 살이나 아래고 현직에 있다 보니

아는 사람도 많을 거고, 저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도 많을 텐데

그 귀한 바구니를 제게 주러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다니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마침내 꽃바구니를 든 그를 만났습니다.

파스텔톤의 꽃들은 아름다웠지만 물 먹은 오아시스가 담긴 바구니는 무거웠습니다.

차를 마시러 가는 길, 바구니를 달라고 졸랐지만 친구는 결코 주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당도한 이층 찻집, 긴 나무 탁자에 꽃 바구니를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니 할 말도 많았습니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우리 자리로 오더니 핸드폰으로 꽃바구니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친구가 만든 것이고 제가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본래 그 카페에서 놓은 것인줄 알았다고 미안해 했습니다.

친구와 저는 미안할 것 없다고 마음껏 촬영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친구의 실력을 인정해 준 그 사람이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두어 시간 후 친구는 일어섰습니다.

어머니 만나고 또 자신을 만나서 힘들 테니 어서 들어가 쉬라며

택시를 잡아 주고, 제가 택시에 앉은 다음에야 꽃바구니를 주었습니다.


꽃바구니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 가슴이 벅찼습니다.

불운한 사람 많은 시대... 저는 왜 이리 운이 좋은 걸까요?

근 삼십 년의 우정... 친구가 꽃바구니를 만들어 들고 온 건 처음이지만

그동안 받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문성씨, 고맙습니다.

저녁 대접도 못하고 헤어져 참 미안했습니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다시 만나 그날의 대화를 잇고 싶습니다.

그 때까지 부디 건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