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달의 뒷면과 오작교(2018년 5월 28일)

divicom 2018. 5. 28. 22:30

달이 없었다면 밤은 칠흑으로 어둡고,

사랑과 시의 절반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고마운 달... 그러나 달은 보름날에조차 슬퍼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 경향신문 '여적' 칼럼에 이기환 논설위원이 쓴 글을 읽다 보면 

그 이유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아래 원문 링크를 클릭하면 아폴로16호가 찍은 달의 뒷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적]달의 뒷면과 오작교 위성

이기환 논설위원

달(月)은 두 얼굴이다. 루나틱(lunatic·광기)의 단어가 보여주듯 불운의 별로 알려져왔다. 반면 낭만적인 이야기의 소재이기도 했다. 서왕모에게서 빼앗은 남편(예)의 불사약을 훔친 부인(상아)이 달로 도망쳐 토끼(혹은 두꺼비)로 변했다는 설화가 있다. 훗날 이 설화는 계수나무와 토끼의 떡방아 이야기 등으로 변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에 쫓긴 남매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오빠는 해가 되고, 동생은 달이 됐다는 ‘해님 오빠, 달님 동생’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두 얼굴의 달’은 관념속, 신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천지개벽 이래 인류는 달의 한쪽 면, 즉 앞면만 줄기차게 보았지 뒷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달의 자전주기(27.32일)와 지구에 대한 공전주기(27.32일)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왜 이럴까. 달의 한쪽면(앞면)이 지구의 중력 때문에 꽉 붙들린채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지만 사람의 눈에는 항상 달의 한쪽면(앞면)만 보인다는 의미다. 그랬으니 갈렐레오 갈렐레이나 요하네스 케플러 같은 불세출의 천문학자들도 달의 뒷면은 볼 수 없었다. 

그런 탓인지 달의 뒷면에 외계인 생존설은 물론 나치의 잔당이 구축했다는 나치 기지설까지 등장했다. 1950년대 말 구 소련이 달의 뒷면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미국 정보당국이 패닉에 빠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등 우주 탐사에 한발 앞서가자 미국 또한 달 뒷면에서의 핵실험계획(A119호)을 극비리에 추진하기도 했다. 1959년 9월 구 소련의 인공위성인 루나 3호가 유사 이래 관측이 불가능했던 달의 뒷면 사진을 찍었다. 좀체 보여주지 않은 달의 ‘뒤태’가 공개됐다. 하지만 실망이었다. 평평한 용암대지 덕분에 그래도 볼만한 앞면에 비해 뒷면은 수많은 크레이터(충돌구)로 얼룩진 모습이다. 한쪽은 나름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지만, 반대편의 상처투성이 모습은 감추고 있는 꼴이다. 외계에서 돌진하는 운석과 소행성 등 온갖 천체의 공격을 오롯이 막아내 지구를 사수해온 영광의 상처가 아닐까. 인류가 달의 뒷면에 난 무수한 상처를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이 최근 베일에 싸인 달의 뒷면을 탐사한다는 목표로 중계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쏘아올렸다. 왜 오작교일까. 달 뒷면에서는 지구와의 교신이 어렵다. 따라서 올 연말 발사 예정인 달 뒷면 탐사선(嫦娥·창어)과 지구관제소의 교신을 중계하는 임무를 띤 위성이라 ‘오작교’의 이름을 붙였다. 수십억년동안 천체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온 ‘상처뿐인 달의 얼굴’을 제대로 탐구하는 기회일 수 있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71602011&code=960100#csidx4755074238f8777a1cc0491e1a8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