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겉모습은 누구나 변하지만 정신의 변화는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뒷걸음질치고 어떤 이는 나아갑니다.
저는 '바라보는 이'에 그치지 않으려, 나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있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지만 자기 안의 불성을 발현시키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랜만에 헤르만 헤세의 <싯달타>를 펼칩니다.
마침 지혜에 관한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싯달타가 친구 고빈다에게 하는 말입니다.
"나는 내가 발견한 것을 말하고 있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고
지혜롭게 살 수 있고, 지혜의 힘을 입어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지혜를 써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지혜를 말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네... 나는 한 가지 사상을 발견하였네... 즉, 모든 진리는
그 반면(反面)도 똑같이 진리라는 것이지! 따라서 진리는 그것이
단면적일 때에만 발음이 되어 나오고 언어로 쌀 수 있는 것이네.
사색할 수 있고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단면적인 것이요,
반쪽이요, 전체가 못 되고 원(圓)이 못 되고 단일의 것이 못 되네.
그러니까 지존 고오타마께서 세계에 대해 가르치실 때에,
세계를 윤회와 열반, 미망과 진실, 번뇌와 해탈로 나눌 수밖에
없었던걸세...가르치고자 하려면 다른 방도가 없네.
그렇지만 세계 자체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고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존재자는, 결코 일면적이 아니지. 어느 인간이나 어느 행위가
완전히 성자이거나 완전히 죄인일 수는 없는 것이지. 그것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시간이란 실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망에
빠져 있는 까닭이네. 시간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닐세, 고오빈다.
나는 그것을 문득 체험하였지. 이렇게 시간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계와 영원 사이의,번뇌와 행복 사이의, 악과 선 사이의 틈도 또한
미망일 것일세."
--문예출판사, <싯달타>, 차경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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