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하는 김성태 씨에게(2018년 5월 6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하는 걸 보고 있으니 

46일 동안 단식하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떠오릅니다.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를 살아 있는 성인으로 생각하며 존경합니다.

김영오 씨를 모욕하기 위해 옆에서 피자를 시켜 먹으며 '폭식투쟁'을 하던 '사람'들도 떠오릅니다. 

그들과 김영오 씨 모두를 '사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언어의 한계이겠지요. 

김영오 씨가 김성태 씨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딸을 잃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단식했던 김영오 씨가 정치적 단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는데, 이 편지를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립니다.

어제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관련 기사를 옮겨 싣습니다.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니 '단식'도 단식 나름이겠지요?

46일 단식한 '유민아빠', 김성태 단식에 "그 정도 각오하지 않고"

허진무 기자 입력 2018.05.05. 15:08 수정 2018.05.05. 19:05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50)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60)에게 5일 공개편지를 써 “제가 단식할 때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던 김 의원님”이라며 “세월호 진상규명은 하나하나 방해를 하면서 드루킹 특검은 단식까지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단식을 시작하고 하루에 5000~1만개의 악플에 시달렸다. 자식을 잃은 아빠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죽은 아이들을 ‘오뎅’이라 불렀다. 한 달에 3만원짜리 국궁은 200만원의 사치 스포츠가 돼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정치인이라는 분이 고작 1000개 욕문자밖에 못 받았나. 저보다 존재감이 없다”라고 적었다.

김씨는 “공개된 장소의 단식투쟁이 실내에서 하는 것보다 5배는 힘들다고 하셨나. 국회 앞마당이 어떻게 공개된 장소인가. 저는 서울 시내 광화문 한복판에서 단식했다. 저는 ‘폭식투쟁’하는 일베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자리도 깔아줬다. 누군가 봉지만 들고 지나가도 달려가 그 봉지에 먹을 게 있나 뜯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단식하겠다’ 시작하셨나”라고 했다.

이날은 김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앞서 김씨는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해 46일 만인 8월28일에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서 김씨와 함께 10일 동안 단식농성을 한 바 있다.

김씨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억울한 것만큼 참기 힘든 일이 없다고 한다. 저를 비롯해 우리 유가족은 자식을 잃은 비통함과 억울함 가운데 온갖 모욕과 비난, 죽은 아이들을 조롱하는 김성태 의원님과 그 지지세력을 4년간 참아주고 있다. 드루킹보다 세월호가 먼저 아닌가. 아직 미수습자가 5명이나 있다. 진상규명도 하지 못하고 4년이 흘렀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정치인, 어느 쪽의 심정이 더 절박할 것 같은가”라고 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단식을 하는데 해결된 곳이 있나. 지금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46일 단식을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단식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를 방해한 당신과 자유한국당은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다. 저는 단식 39일째에도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어린아이처럼 투정 그만 하라. 저야말로 이런 말 할 자격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날 오후 김 원내대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에게 폭행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국회 내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본관 계단을 오르던 중 한 남성에게 오른쪽 턱을 1차례 가격당해 쓰러졌다.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있던 이 남성은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 갑자기 폭행하며 “한반도 자주통일 해보자는 것을 높이 샀는데 국회 비준이 그렇게 어렵나. 김경수 의원은 무죄라고 한다”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과 한국당 당직자들은 이 남성을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