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남산, 사랑, 윤동주, 그리고 비닐봉지(2017년 9월 17일)

divicom 2017. 9. 17. 11:15

산도 나무도 사람도 도시도 옷을 갈아입는 계절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건 나무들과 그들이 모여 있는 산의 변화입니다. 

푸르렀던 산 빛깔에 슬며시 가을의 녹이 내려앉으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조금 있으면 저 녹물 든 잎들이 떨어져 낙엽이 되겠지요.

인공의 시간표 속에서 자연의 속도를 흠모하는 게 저 하나만은 아닐 겁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서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아랑곳 않고 

언제나 아름다운 남산과, 변하고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랑, 듣기만 해도 가슴이 싸한 이름 윤동주, 

그리고 우리가 일년에 190억 장 씩 사용해서 국토를 오염시키는 비닐봉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고 하면 그걸 안 쓰고 어떻게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그 봉지를 쓰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오늘 첫 곡으로 들려드린 노래 '오빠 생각'이 나온 

1920년 대엔 아예 없었고, 1970, 80년 대만 해도 지극히 소량만이 사용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금하고 사용하면 최대 징역 4년 혹은 우리 돈 4천 만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태우면 대기오염물질이 나오고 땅에 묻으면 100년 간 썩지 않는 오염물질 비닐봉지. 

우리는 왜 알면서도 이것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 걸까요? 비닐봉지를 종이봉지로 바꾸고 보자기를 함께 사용하면 국토의 오염을 다소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는 미국의 '국민 배우'라고 할 수 있는 톰 크루즈가 주연하는 

액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제주를 배경으로 시인의 사랑을 그린 '시인의 사랑', 음악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동차 추격전으로 알려진 '베이비 드라이버', 문소리 씨가 감독으로 데뷔하며 만든 '여배우는 오늘도'를 소개했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이경희 씨의 에세이집 <마음아, 이제 놓아줄게>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곤충학과 길버트 월드바우어 교수의 책 <곤충의 통찰력>을 소개했습니다. 이경희 씨의 책은 

일종의 인터뷰 모음집으로 '마음, 놓아주다'라는 전시회 공모에서 선정된 화가들을 인터뷰해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상처는 끝내 놓지 않고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는 마음 때문"이며,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로워지려면 그 마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참 옳은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거의 상처와 서운함이 우리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지요. 마음의 고집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곤충의 통찰력>의 부제는 '해충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인데, 곤충의 종류는 90만 가지, 그 중 해충은 2퍼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해충, 익충 하는 식의 분류는 인간적 관점의 분류이겠지요. 이 책에서는 인간이 자신과 '동시에 같은 것을 원하는' 곤충을 해충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월드바우어 교수는 모기, 파리 같은 해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초기 방제에 사용한 DDT 같은 살충제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초기의 살충제가 효과가 없자 점차 강도를 높인 제품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내성이 생겨 결국 약을 사용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문화가 산책' 에서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비엔날레 소식과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회, 한글 전래동화 100년을 살펴보는 기획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를 소개했습니다. 서울에서는 '공유도시'를 주제로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50여개 도시와 160여 개의 대학과 기관들이 참여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돈의문 박물관마을 등 서울 곳곳에서 11월 5일까지 진행됩니다.


광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미래사회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를 모색하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가 

1023일까지 계속되고, 제주도에서는 대규모 국제미술행사 제주비엔날레가 여행을 주제로 열리고 있습니다

제주비엔날레에는 60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123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시와 서귀포시 원도심,

알뜨르 비행장 등에서 열립니다.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 그림전-별 헤는 밤' 전시회는 광화문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24일까지 진행되며, 김선두·박영근·강경구·김섭·이강화·정재호 등 중견화가들이 윤동주의 대표작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참회록' '자화상' 등 35편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국립 한글박물관서 내년 2월 18일까지 계속됩니다1913년 최남선이 만든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창간호에서는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를 볼 수 있고또 다른 

잡지 <아이들 보이> 2호에서는 최초의 전래동화 모집광고를 볼 수 있는 등, 어린이 잡지, 동화책, 민담집 등 

200여 점을 통해 전래 동화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말미에는 '녹차하다'라는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녹차하다'는 마시는 녹차와는 상관없는 말로 

'임명할 사람의 이름을 대장에 올리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요즘 청와대가 녹차한 사람들이 큰 비난을 받는 일이 흔합니다. 고위공직자를 고를 때는 여러 각도로 검증해서 국민을 화나게 하는 일이 없게 해주길 바랍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남산'을 옮겨둡니다. 글에 나오는 '남산서울타워'의 정식 명칭은

'N서울타워'라는데, 저로선 왜 '남산'이라는 말 대신 'N'을 쓴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어의 남용을 막아서 한국에서는 한국어와 한글만 알면 불편 없이 살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 홈페이지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산

 

오랜만에 남산에 갑니다. 해발 262미터...

구순이 멀지 않은 어머니와 순환버스를 탑니다.

 

버스가 나뭇잎 터널을 통과할 때

어머니가 혼잣말을 하십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같네.”

남산서울타워를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야 합니다.

어머니의 속도에 맞추느라 천천히 걷습니다.

 

걸음도 빠르고 몸이 잰 것으로 유명하던 어머니...

학부모 달리기 시합에서 우승해

양은냄비나 플라스틱 바가지를 타오시던 분인데

걸음이 느려지니 세상이 달라 보이나 봅니다.

주변 풍경을 보며 연신 감탄합니다.

 

걸음만 늦춰도 보이는 게 이렇게 많은데

한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 남산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을까요?

문득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