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요절한다지만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마리암 미르자하니(Maryam Mirzakhani)의 요절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둔재들의 세상에서 그가 겪었을 힘겨움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마침내 그가 얻었을 평화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둔재가 많을수록 천재가 필요함을 생각할 때, 이 놀라운 천재의 요절이 얼마나 큰 상실인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필즈상은 마흔 살 이하의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수학분야 최고의 상으로 4년에 한 번씩 중요한 수학적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1936년부터 2010년까지 52명에게 수여됐지만 여성 수상자가 한 명도 없어 필즈상 수상자들은 '남자들 모임(Men's Club)'으로 불리다가, 2014년 미르자하니가 수상함으로써 오명을 벗었습니다. 게다가 2014년 8월 그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음으로써 서울은 영광스러운 역사의 한 점이 되었습니다.
1977년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난 미르자하니는 199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42점 만점에 41점으로 금메달을 수상했고, 이듬해엔 같은 대회에서 만점을 받아 금메달 2개를 땄다고 합니다. 1999년 테헤란의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가서 2004년에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클레이수학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로 일하던 중 4년 전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미국 시각으로 15일에 타계한 겁니다.
미르자하니는 기하학의 대가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곡선을 포함한 공간인 ‘모듈라 공간’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저 같은 문외한에겐 낯설지만, 그의 연구는 10차원의 우주 시공간을 설명하는 이론인 초끈이론의 토대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의 연구가 우주 공간의 모양과 부피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하니, 그가 어느 정도의 학자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그의 죽음은 한편으론 그의 고국 이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4년 그가 필즈상을 받았을 때, 히잡을 쓰지 않은 그의 사진을 편집해 무엇을 쓴 것처럼 꾸몄던 이란의 언론이 이번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그의 모습 그대로 1면에 게재한 것입니다. 2013년에 집권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정부는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인터넷 이용과 남녀평등을 진작하며 개혁을 추구하는데 이번에 미르자카니의 죽음이 그 개혁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지요. 로하니 대통령 자신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고 탁월한 이란 출신의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카니가 세상을 떠난 것은 통탄할 일이며 몹시 슬프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직 이 세계에 남아 있는 천재들이 온갖 외로움과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건강히, 오래 살며 둔재들을 일깨워 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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