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가 제작비의 14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낸 곳은
영국과 중국이고 한국은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특히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본 이유가 궁금합니다. 왜 이 영화에 열광한 것일까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일컬어지는
라이언 고슬링 때문에? 채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상상을 뛰어넘는 깊이를 보여준 엠마 스톤 때문에? 아니면 한국이 미국의 '문화적 식민지'이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미국과 미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헌사입니다. 그러니 연기와 노래 실력을 두루 갖춘 두 주연배우들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미국 전통 이어가기 혹은 되살리기 노력이 더욱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건 매주 일요일 아침 한 시간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를 진행하는 것뿐 전통이나 문화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오늘 아침 첫 곡은 주디 콜린스의 'Both Sides Now'였습니다. 구름, 사랑, 인생... 모두 어디서 보는가에 따라 달라 보입니다. 젊어서는 한쪽에 치우쳐 보던 사람도 나이 들어가며 양쪽을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나이 드는 것이겠지요.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 끝에는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의 'To
Treno Fevgi Stis Okto(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를 들었습니다. 그리스 가수가 부르는 그리스 노래,
역시 좋았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김경민 씨의 에세이집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과, 철학적 글쓰기로 유명한 독일의 문인 뤼디거 자프란스키(Rüdiger Safranski)의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을 읽었습니다. 두 사람의 책을 읽다보니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자아의 재발견'이 떠오릅니다. 김경민 씨가 말하는
'독서는 혼자 있는 시간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말, 자프란스키의 '지루함만큼 시간을 두드러지게 부각하는 게 없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바퀴 달린 신발'을 옮겨둡니다.
바퀴 달린 신발
십여 년 전 유행했던 바퀴달린 신발이 다시 인기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운동화처럼 신다가 원할 때는
시속 2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머리와 무릎의 보호대를 착용하고 타야 하지만
그냥 타고 다니다 다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이 신발의 사용을 금지한 외국 도시도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엔 대량으로 수입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요,
이 위험한 신발이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걸까요?
혹시 다른 아이들을 앞서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아니면 학습 부담과 어른들의 눈길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이 신발을 신는 건 아닐까요?
자녀가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싶어 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마시고 함께 봄 길로 나가 보시지요.
마른 가지의 꽃눈을 들여다보며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아름다움과
많은 것을 앗아가는 속도에 대해서 얘기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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