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네모와 동그라미(2017년 2월 26일)

divicom 2017. 2. 26. 11:58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서는 '졸업'과, 우리 세상을 이루고 있는 '네모와 동그라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다 보니 졸업식에 가지 않는 졸업생들도 많고, 가족들과 함께 가는 대신 혼자 '슬쩍' 다녀오는 졸업생들도 많다고 합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디 취직했어?' '아직도 안 됐어?' 하는 식의 말을 건네는 건 잔인한 일입니다. 걱정돼서 그렇다, 사랑하니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 하는 식으로 말하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그저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은 일이니 피해야겠지요. 모두가 '빨리' 취직해야 한다고 할 때 오히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정말 잘 맞는 직장 찾아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큰힘이 될 겁니다.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첫 노래는 앤 마그릿(Ann Margret)의 'Slowly'였습니다. 


맥스무비의 박혜은 편집장과 함께하는 '영화 읽기'말미에는 크림(Cream)의 'Sunshine of Your Love'를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잭 블랙 주연의 'School of Rock'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경제학자 우석훈 씨의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와, 

생물학자 최재천 씨가 글을 쓰고 박상현 씨가 그림을 그린 <개미에게 배우는 단체생활>을 소개해드리고, 셀린 디옹의 'The Power of Love'를 들었습니다. 이 노래를 들은 이유는 우석훈 씨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키우는 데 큰돈이 들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인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씨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 아이를 출산해 대학을 졸업시키려면 약 2억 원이 필요한데,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정도 더 드는 액수라고 합니다. 정부에서 내놓는 

육아정책은 셋 이상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다둥이 정책'이지만 셋째 아이를 낳는 집은 드무니 지원을 하려면 첫째 아이 때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미에게 배우는 단체생활>은 최재천 교수가 어린이들이 개미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열대우림에 사는 군대개미의 세계를 다루는데, 군대개미는 행군하며 사냥하는데, 병정개미, 운반개미, 

노동자개미, 보모개미, 네 계급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개미들의 단체생활을 보며 우리 인간의 생활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는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네모와 동그라미'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선곡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네모와 동그라미

 

사람들은 대개 네모난 집에 살며 네모난 차를 타고

네모난 건물의 교실이나 일터로 가는데요,

건물 사이로 가끔 보이는 하늘마저 사각형입니다.

 

그렇지만 좋은 것들 중엔 둥근 게 많습니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해, 어둠을 밝히는 달,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엄마의 얼굴,

뛰놀기 좋은 운동장, 사랑을 약속하는 반지도 둥그렇습니다.

 

동그라미는 금세 움직일 것 같지만

네모는 한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의 창의성이 고갈된 것도

네모 속 생활이 생각까지 고착시켰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아파트 창문과 건물의 간판처럼 흔한 것들부터

둥글게 만들면 어떨까요?

전국적으로 하기 어려우면 우선 특정한 도시 하나에서

둥글게 운동을 시작해볼 수도 있겠지요.

그 도시의 사람들이 더 원만하고 창의적이 되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과 지역이 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