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13선거와 416기억저장소 (2016년 4월 12일)

divicom 2016. 4. 12. 08:12

내일은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치르는 날입니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이날 사내 축구대회를 열기로 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소위 '세븐컵' 대회인데, 이 대회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체육시설에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끝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세븐일레븐측은 '공교롭게' 대회 날이 투표일과 겹쳤다며 그날의 대회를 취소했다고 경향 측에 알렸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윤리적 소비'의 시대입니다. '갑질'하는 사람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회사, 투표하라고 정해준 임시공휴일에 회사 축구대회를 열어 종업원들의 휴식과 투표를 방해하는 회사... 이런 회사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합니다.


내일 투표를 해야 하는데,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이든 유권자들의 공포를 이용해 표를 얻기 위해 또 다시 북한을 들먹이는 나라에서 선택이 어렵다니요? 처음 선거에 나서는 젊은 유권자라면 몰라도 마흔 넘은 사람이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투표에 도움이 될까 하여 몇 가지 소식을 적어둡니다.


지난 8일 지하철 6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 수색 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 김모씨가 파주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김씨는 51세의 '베테랑'으로 2007년 25만 킬로미터 무사고 운행 기록을 세웠고 우수직원으로 선정되었던 기관사이지만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씨의 자살로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 소속 기관사의 자살 건수는 2003년 이후 9건으로 늘었습니다. 지하철 5~8호선은 도심 지하구간을 달리는데, 어둠 속을 달리는 기관사들은 터널증후군에 빠지기 쉽다고 합니다. 


게다가 서울도시철도 소속 기관사들은 홀로 근무하는 '1인 승무'제 아래 일하고 있습니다. 홀로 어둠을 뚫고 나가며 출입문 열고닫으랴 안내방송하랴... 아무리 '베테랑'이라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자살한 기관사가 모두 

서울도시철도 소속이라는 사실, 2인 승무제로 운영되는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관사의 자살이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인 승무제를 채택한다지만 절감된 비용은 기관사의 자살이라는 끔찍한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김씨의 자살이 우리의 투표를 도와주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하나 우리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비극은 세월호 사건입니다.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는 온 국민이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3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건 발생 후 눈물을 보이던 이 정부의 대표자들은 진실을 밝히는 대신 '기억'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광화문광장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열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리는 미사를 바로 옆 416 기억저장소 광화문전시장의 세월호 희생자들이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시국에서 어떻게 선택이 어렵고 투표가 어려울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 그 어느 때보다 쉽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월호사건을 잊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을 찍지 않으면 되니까요. 세월호 희생자들을 운 나쁜 사람들로 돌리고 열심히 일해 부자 되자고 하는 사람만 찍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광화문으로 가보세요. 거기 416기억저장소 광화문전시장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초롱한 눈들을 만나보세요. 투표... 참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