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할머니와 유모차에 대해 생각해보고, 안치환 씨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nrico Caruso의 'Santa Lucia', 명국환 선생의 '남산 나그네'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첫 노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오늘의 노래'는 Don Gibson의 'I can't stop loving you', 마지막 노래는 이연실 씨의 '소낙비'였습니다. 'I can't stop loving you'는 Don Gibson이 만든 곡으로 1958년 초에 발표해서 히트했는데, 1962년 Ray Charles가 다시 불러 빌보드차트를 석권했습니다.
여러 노래 중에서도 Tina Turner의 'When I was young'과 Salvatore Adamo의 'Valse d'ete'의 여운이 깁니다. 티나 터너는 일흔여섯이지만 여전히 전사처럼 활동하는 여가수입니다. 본래는 미국인이지만 2013년인가 미국 국적을 버리고 스위스의 시민이 되었으며, 종교적으로도 자유로워 스스로를 '침례교 불교 신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종교가 사람을 편협하게 하는 것을 많이 본 터라 티나 터너의 자유로운 태도가 좋아 보입니다.
'고전 속으로'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읽었습니다. 헤세의 문학인생에서 분수령이 되었던 이 작품,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헤세 전시회가 진행 중이니 들러 보셔도 좋겠지요.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유모차' 원고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의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송이 일요일 아침 7시부터라 듣기가 쉽지 않은데 애써 들어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합니다.
유모차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밀고 갑니다.
“아이고, 새 유모차네!”
고쟁이 같은 옥색 통바지를 입은 할머니가
부러워합니다.
“새 거 아녜요, 전에 쓰던 게 너무 낡았다고
며느리가 재활용센터에서 하나 사다 줬어요,”
꽃무늬 통치마 할머니가 자랑 아닌 듯 자랑합니다.
“재활용센터 거면 어때? 내가 처음 쓰면 새 거지.
며느리가 착하네!” 통바지 할머니가 또 부러워합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유모차가 많이 낡았습니다.
젊은 여인의 유모차엔 아기가 타고 있어도 가볍게 움직이지만,
할머니들의 유모차는 비어 있어도 무겁게 움직입니다.
혹시 제 눈엔 보이지 않고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누군가가 타고 있는 걸까요?
유모차를 타고 가는 아기는 나라의 미래이지만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길에서 할머니의 유모차를 만나거든 거치적거린다고 불평 마시고
애정 어린 눈으로 봐주세요. 칠, 팔십 년 곡절 많은 시간...
땀과 눈물과 추억이 무거워 그렇게 느릿느릿 가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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