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첩첩이지만 청와대는 국회와 싸우고 있습니다. 아니 싸우는 게 아니고 혼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행정부를 귀찮게 할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니 국회의 여당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만두라는 겁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가 청와대 '명령'에 의해 그만두면, 청와대가 국회 위에 있는 것이 되니 유 대표가 그만두면 '삼권분립의 정신'이 훼손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대통령은 유 대표의 사직 혹은 축출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6월 한 달동안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은 메르스 관련 법안 겨우 한 건, 이건 국회의 역사에도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수천 만원 씩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사람들이 여의도에 모여 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메르스와 같은 낯선 전염병이 점차 늘어날 테니 그것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뒷걸음질친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심해야 하고, 날로 심해지는 봄 가뭄과 이른 더위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처할 방도를 구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6월 11일 네 가지 시나리오 형태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했지만, 그 안은 '감축안'이 아닌 '증가안'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15~3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환경정의는, 그 감축안은 2005년 기준으로 4~30% 증가시키는 계획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로서 기후변화 책임을 다른 국가와 미래세대에 전가하겠다는 부끄러운 안이며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한참 뒤지는 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환경정의는 6월 12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런 모든 결과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하는 오염당사자인 산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과다 부풀려진 배출전망치를 온실가스 감축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전망 ‘부풀리기’로 온실가스 목표량을 느슨하게 잡을 수 있다는 허점에 대한 우려가 이번 목표안에서 다시 현실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을 배출전망치로 삼는 나라는 가봉과 같은 개발도상국이며 이들은 우리나라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어제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해 발표했는데, 그 중 25.7%는 국내에서 감축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거라고 합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를 37%나 감축하면 국내 산업이 다 죽는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경향신문은 국내에서 감축할 25.7%는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셋째 안에 나온 수치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감축량의 약 3분의 1을 해외에서 배출권리를 사들여 감축하려 하는 정부의 계획이 국제적 비난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이 자체 노력 없이 새 기후변화체제에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비난받을 거라는 것이지요.
마침 지난 6월 29일 자유칼럼에 김수종 선배가 기후변화와 한국의 대처에 대한 글을 쓰신 것을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8일에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강력히 촉구하는 회칙을 공표했다고 합니다. 아래에 김 선배의 글을 옮겨둡니다. 글에 나오는 IPCC는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를 줄인 말입니다. 글 말미에 있는 두 문장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런 식의 '자체검열적' 발언이야말로 이 나라의 언론자유 수준을 보여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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