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네 사람들 회의하는 자리에 지역구 국회의원 정두언 씨가 연락도 없이 참석했습니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니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을 잘 이해하는지 묻자, 그이가
"요즘은 번역기까지 등장했다죠?" 하며 웃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늘 그렇듯이 '이해한다' '이해하지 못한다'하는
식으로 답변하진 않았지만,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의 불행한 과거에 대해 몇 마디 나누다 화제를 바꿨습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오늘 아침에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이성부 시인의 ''기다림'이라는 시입니다.
이성부 시인(1942-2012)... 기형도 시인과 함께 크나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분입니다. 기형도는 언론계
후배로, 이성부 시인은 신문사 선배로 여러 번 뵈었으나 곡차 한 잔 함께 하지 못했으니까요.
아래에 이성부 시선 <우리들의 양식>에 수록되어 있는 '기다림'을 옮겨둡니다.
이 선배님, 그곳은 이곳보다 나은가요?
기다림
내가 아는 사람 한 분은
큰 집을 가졌으나 들지 못한 채
눈멀어 귀가 먹어 쫓겨나고 말았다.
바다에 뜬 그리움, 바다에
바다에 떠서 별빛으로 눈을 씻고
흰구름 흐르는 소리 들어 따라 흐르다가,
흔적도 없는 상어밥이 되었는지
죽어서 살아 있는 말씀이 되었는지
나라가 되었는지
아니면 거북 등에 업히어
지금 어디서 오고 있는지
내가 아는 사람 한 분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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