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차세계대전 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안보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여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12일 니혼 TV가 조사한 것을 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39.7%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1.4% 포인트 줄었고,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7% 포인트 늘어난 41%였는데, 니혼 TV조사에서 반대자가 지지자를 능가한 것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집단자위권 행사는 반대하면서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국의 정부 인사들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꼭 읽어보기 바랍니다.
지난 6일 황경춘 선생님이 자유칼럼에 쓰신 글에는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과 같은 일본... 일본을 보며 이 나라를 생각합니다.
| | | | | 아베 총리와 싸우는 일본 언론 | 2015.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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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를 사랑하는 사교적인 아키에(昭惠) 부인 덕택으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가정인(家庭人)으로서 여성 잡지의 좋은 취재원이며, 아베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점에서도 많은 동정을 삽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아베는 지금 언론자유를 외치는 신문들의 혹독한 규탄을 받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유사시 해외파견을 가능케 하는 소위 ‘안보관련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6월 24일에 끝나는 정규회기에서의 통과를 기했으나, 야당과 헌법학자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회기를 전례 없이 90일 연장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회회기 연장 직후 여당 자민당의 학습 모임에서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번 파동은 순식간에 언론계를 휩쓸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산케이(産經)신문을 뺀 나머지 중앙지 전부가 사설로 여당을 비난하고, 많은 지방지도 합세하여 아베 정부를 곤경에 빠트렸습니다.
국회에 절대안정 의석을 가진 자민당인 만큼, 특별법안 통과를 자신해 온 아베 총리지만 최근의 헌법위반 소동으로 지지도가 30%대로 하락한 데다, 이번 언론 소동까지 겹쳐 처음에는 방관하다가 결국 사과하였습니다. 더욱 험난한 국회 운영이 예상됩니다.
정치인 아베 총리의 언론과의 관계는 원래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2001년에는 공영방송 NHK가 전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특집방송 제작에 당시 관방부장관의 요직에 있던 아베가 개입하였다고 모 주간지가 보도하였습니다. 그 후, 이것이 국회 분과위원회에서도 논의되고, 4년 후인 2005년에는 아사히(朝日)신문이 다시 이 사건을 다루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1년 후 총리가 된 아베와 일본의 대표적 지성(知性)지인 아사히 및 공영방송 NHK와의 미묘한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두 번째로 총리에 임명된 아베는 다음 해에 NHK 회장에 자기 노선에 가까운 재계인(財界人)을 앉히고, 막강한 경영위원회에 우익 작가로 유명한 햐쿠다 나오키(百田尙樹) 씨를 임명하였습니다.
이 햐쿠다 씨가 자민당 학습 모임인 ‘문화예술간담회’ 초청강사로 가서 발언한 것이 이번 언론파동의 단서가 되었습니다. 그는 정부의 미군기지 정책에 반대하는 오키나와 지방신문 두 사를 지명하여 이런 신문은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말 듣지 않는 신문을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단련(經團聯)을 통해 신문사의 광고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또 “군대는 방범용의 열쇠다. 군대를 가지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단 26개뿐이다.”고 말하고, 이중 남태평양에 있는 세 나라는 “가난으로 침몰 직전의 나라로,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빈민굴 쪽방 오두막들이다.”라고 비하 발언하여, 당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당원들도 동조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오키나와의 두 신문뿐 아니라 많은 언론매체가 자민당을 비난하고, 후쿠오카(福岡)에서 발행하는 ‘니시니혼(西日本)’신문은 ‘이것이 자민당의 본심인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습니다.
미즈시마 히로아키(水島宏明) 호세이(法政)대학 언론학 교수는 아베 정부의 특별비밀보호법이나 집단자위권 등의 미묘한 기사 보도에는 과거 취급에 ‘농담(濃淡)의 차’가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사건에서는 언론계 모두의 ‘저널리즘 전체의 위기’라는 공동의식을 표출한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유명한 서정(抒情)시인이 읊은 ‘이 길’이라는 시를 인용했습니다. //이 길은 언젠가 왔던 길, 아! 맞아요, 아카시아 꽃이 피고 있네요.// ‘일본의 가곡 100선’에 들어있는 이 노래는 전전 군부가 득세하기 전에 만든 노래인데, 전후에는 복고조(復古調)의 정치인을 비꼬는 패러디(parody) 노래로 가끔 불리기도 했습니다. 과거 군부가 걸어 온 그 길을 아베 정권이 걷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빗대어 말한 것입니다.
국회의사당 주위에서 매일같이 열리는 안보 특별법안 반대시위 모임에 하루는 ‘괴짜’ 여스님 작가 세토우치 작초(寂)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군중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50대 초반에 이혼을 하고 작가로 전념하기 위해 출가한 작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93살입니다. 지난 전쟁에서는 참으로 무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전전(戰前)의 상황을 닮고 있습니다. 전쟁에는 좋은 전쟁도 나쁜 전쟁도 없습니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말썽이 난 학습 모임에 관련된 당원 3~4명을 징계는 하였지만 ‘사적인 모임’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하던 아베 총리도 사태가 크게 확대하자 “당내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니 최종적인 책임은 내게 있다.”고 국회심의 도중에 사과하며, 햐쿠다 씨의 발언을 ‘매우 유감스럽고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자유의 견지에서 자기에 대한 비난도 감수하는 것처럼, 이와 같은 발언도 제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3일에 있었던 아베 총리의 사과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언론자유를 허용한 전전 헌법에의 회귀(回歸)라고 비난했습니다. 자민당이 2012년에 발표한 헌법개정 초안이 언론자유 규정에 “공익이나 공공질서를 해할 목적의 활동”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붙인 것을 지적한 것이지요.
이번 소동으로 징계를 받은 초선(初選) 의원 한 사람은 아베 총리 사과 후에도, 미운 언론매체는 괴롭히고 싶다는 자기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베 정부 수뇌부마저 이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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