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수상할 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시끄러워지면 흙으로 스미는 물처럼
침묵 속으로 스며들고 싶습니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는 것이지요.
요즘은 자는 방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글씨 '隱居復何求 無言道 心長'에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눈이 갑니다.
이 글은 '은거부하구 무언도심장'이라고 읽는데 '숨어 사는데 또 무엇을 구하겠는가, 말 없는 가운데 도 닦는
마음만 자라나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 보면 좋은 예술작품 중에 도자기가 있습니다. 백자나 청자와 한참 대면하고 있으면 그의 침묵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되니까요.
이성낙 선생님을 만나뵌 적은 없지만 시절의 '도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저와 비슷하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지난 16일에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것입니다.
| | | | | 달항아리에 ‘메르스 난국’을 담아 | 2015.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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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사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 곧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문제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드는데 필자까지 ‘가담’할 시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서지만 이 질병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낮은 수준에 ‘국민적 자괴감’에 빠진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백자 달항아리 이야기’로 위로의 글을 드리려 합니다.
올해 초 특별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명한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과 철학자 존 암스트롱(John Armstrong, 1966~)이 함께 쓴 《Art as therapy(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Phaidon, 2014/ 문학동네, 2014)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손에 넣자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소설가와 에세이 작가로 저명한 알랭 드 보통이 미술 관련 책을 펴냈다는 사실 하나로도 궁금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자가 주로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고전(古典)과 몇몇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하며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논거가 아주 독특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한 도판 중에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예술 작품이 ‘불쑥’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자 달항아리’였습니다(자료 사진). 반갑고 놀랍기도 해서 혹시나 하고 책에 실린 도판 전체를 훑어봤습니다. 책에는 총 141개의 도판이 실렸는데, 그중 조선 시대의 달항아리를 동양 문화권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일본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 Sugimoto Hiroshi, 1948~)의 작품과 함께 말입니다. 저자가 그 많은 중국 명작들을 제쳐 놓고 왜 우리 달항아리에 관심을 가졌을까 의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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