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키덜트' 대한민국(2015년 5월 12일)

divicom 2015. 5. 12. 14:40

조금 전 인터넷에서 아빠도 아이도.. 장난감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삼, 사십대 아버지들이 장난감을 사서 가지고 논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건 21세기에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아버지들을 키덜트(kid + adult)’라고 부르는데, 국내 키덜트시장은 연 1조원 규모이며 매년 1000억 원씩 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헤럴드경제 이정환 기자의 기사를 보면, 아이파크백화점 키덜트매장 토이앤하비에서 올 초부터 5월까지 판매된 드론은 전년에 비해 168.99퍼센트 늘었고, 레고 제품 중에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심슨, 폭스바겐, 베트맨 등의 판매도 전년도보다 47.54퍼센트 늘었으며, 건담 판매도 41.84퍼센트 증가했다고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티라노킹을 사느라 바빴던 키덜트들이 지난 어린이날에는 요괴워치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합니다.

 

현재 오십 대 이상인 아버지들이 삼, 사십대에 아이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피터팬 신드롬(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어린아이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지요.

 

20세기 말, 그러니까 15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 도피적이고 책임감이 없이 아이로 살고 싶어 한다고 비난받던 어른아이21세기 들어 수가 많아지면서 키덜트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장의 주인공으로 각광받으니 재미있습니다. 소수일 때는 일탈로 취급하다가 다수가 되니 새로운 경향의 선도자로 대접하는 걸까요? ‘어른아이는 어른아이인데 구매력()’을 행사하니 중요한 고객으로 평가하는 걸까요?

 

키덜트는 또 애 같은 아빠,’ 즉 아이들하고 노는 것은 좋아하지만 훈육은 할 줄 모르고 집안의 가장 노릇은 피하려 하는 아버지들을 일컫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그런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어린 시절을 아이답지 못하게 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섯 살일 때는 다섯 살답게, 열 살일 때는 열 살 아이답게 살아야 하는데, 상황 때문에 너무 일찍 어른처럼 살게 되면 성년이 된 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터팬 신드롬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키덜트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터팬 신드롬을 보이는 이유와 같은 이유일까요? 어린 시절에 비싼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쓸 수 있게 된 지금이나마 장난감 구매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아니면 직장이나 사회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고단하여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까요? 아니면 즐기고 싶은데 즐길 줄 몰라서, 어릴 때 엄마가 사준 장난감을 갖고 놀던 것처럼 장난감을 사는 걸까요?

 

키덜트마다 키덜트가 된 이유가 있을 테니 섣불리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키덜트를 남편이나 아버지로 둔 아내나 아이의 고충을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요. ‘키덜트남편이 가장 노릇, 아버지 노릇을 잘하면 아내의 불만과 불행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아이 취미에 빠져 가장 노릇과 아버지 노릇을 등한히 하면 그 아내는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키덜트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이지, 자신은 자신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각기 다른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장난감은 이미 만들어진 노리개입니다. 완제품 장난감을 사서 갖고 놀 때의 즐거움은 장난감을 함께 만들며 노는 즐거움에는 비할 수가 없습니다.

 

키덜트아버지들은 우선 내가 왜 키덜트가 되었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해도 키덜트성숙하지 못한 어른입니다. ‘키덜트가 된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어 그 상태를 벗어나야 합니다.

 

즐거움은 나이와 함께 자랍니다. 세상은 넓고 즐길 일은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장난감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면 놀 줄 모르는 겁니다. '늙은 아이들'과 '어린 어른들'이 늘어가는 나라...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