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머니투데이에서 ‘기러기 아빠, 헌신하다간 '헌신짝' 된다? 맘 바꾸는 아빠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상류층’에서 시작된 ‘기러기 아빠’ 노릇을 회의하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상류층’이라는 게 어떤 층을 이야기하는지 밝혀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기사는 그 단어를 정의하지 않고 그냥 사용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을 뜻하는 건가, 짐작할 뿐입니다. 저는, ‘기러기 아빠’는 ‘상류층’보다는, 아이 교육은 외국에서 해야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가족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나라의 교육은 아이의 잠재력을 억누르거나 없애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기에 ‘기러기 아빠’를 낳는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러기 아빠’의 출현을 반대해왔습니다.
‘식구’라는 말도 있지만 가족은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살아야 가족입니다. 한국 안에서도 헤어져 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자취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기러기 아빠’ 가족보다 훨씬 쉽게 만날 수 있어 다행이지만 너무 일찍부터 홀로 사는 것은 정서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홀로’ 사는 것은 나이든 사람에게도 힘겨운 일인데, 한창 사랑받으며 자라야 할 십대에 홀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은 지방에 있는데, ‘미래를 위해 서울로 온’ 젊은이들이 어두운 저녁 텅 빈 방에 홀로 들어가는 것... ‘자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너무 일찍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껍질은 단단해보이되 속은 여린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기러기 아빠’의 아이들은 엄마가 함께 사니 일찍부터 자취하는 아이들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양육에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필요한데 엄마하고만 사니 아빠를 잊게 되거나 불필요한 존재로 느끼게 되는 일이 잦습니다. 아빠는 먼 곳에서 필요한 돈을 보내주는 ‘후원자’쯤으로 간주되는 것이지요. 아예 아빠가 없어서 엄마하고 사는 아이들과도 여러모로 다르게 됩니다.
‘기러기 아빠’의 아내들 중에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그러면 ‘기러기 아빠’들은 어떨까요? 부부가 오래 헤어져 살면서 일탈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그건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몰라서 하는 기대가 아닐까요?
‘기러기 아빠’는 ‘희생적’인 사람일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아이를 외국에서 교육시키고 싶으면 온 가족이 함께 외국으로 가야 합니다. 오래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아빠’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대개의 경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입니다.
요즘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게 국내에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 왜 좁은 국내시장으로 회귀하는 걸까요? '향수병' 때문일까요?
유학은 더 나은 교육을 받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취업도 좀 쉬워질지 모릅니다. 취업을 위해 유학을 간다면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가야지 중고등학교 때부터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취업을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기러기 아빠’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인생과 행복만큼 아빠의 인생과 행복, 엄마의 인생과 행복도 중요합니다. 행복은 미래에 누릴 어떤 것이 아니고 지금 매일 누려야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은 가족이 함께 생활할 때 누리기 쉬운 것입니다.
머니투데이 기사는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5050705080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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