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종걸 '새정치' 원내대표와 '유전자의 힘'(2015년 5월 9일)

divicom 2015. 5. 9. 08:32

지난 429일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젠 관심 두지 않으려 했는데 다시 관심이 갑니다. 이종걸 의원(58, 경기 안양 만안)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몸과 정신에 흐르고 있는 유전자가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는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손자입니다. 우당(18671932)20세기 초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제와 싸우다 일제의 고문으로 순국하신 분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렸던 전시회 '난잎으로 칼을 얻다 - 우당 이회영과 6형제'를 보신 분들은 우당과 그 형제들의 됨됨이를 잘 알 것입니다.

 

우당과 형제들은 1910년 일제가 이 나라의 국권을 앗아가자 전 재산을 처분하고 서간도로 망명했고, 그곳에 신흥강습소(훗날의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 지도자를 양성했습니다. 우당이 묵란(墨蘭)을 그려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한 것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의 묵란은 추사 김정희로부터 흥선대원군 이하응에 이어진 한국식 묵란 화풍의 전형을 이룬 것으로 중국인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우당과 그 형제들이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쓴 돈은 요즘 돈으로 수 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많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대신 나라를 되찾기 위한 운동에 아낌없이 바친 겁니다. 일제에 빌붙어 제 배를 불린 친일파들의 삶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이지요.

 

우당은 1931년 만주사변이 일어난 후 중국에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상해에 조직한 항일구국연맹의 의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이듬해 상해사변 발발 후 중국 국민당과 교섭,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아 일본 군대와 수송기관 등을 파괴하고, 일본의 요인들과 친일파를 숙청하기로 했으나, 그 해 1117일 만주의 일본군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해 상해에서 대련으로 가던 중 일본 경찰에 잡혀 극심한 고문을 당하다 뤼순 감옥에서 숨졌습니다. 해방 후 우당의 형제 중 성재 이시영만이 유일하게 귀국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들을 보면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주로 나쁘게 발휘되어 온 유전자의 힘이 이종걸 의원을 통해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비주류’,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성이라는 이종걸 의원이 지리멸렬한 새정치민주연합을 바꿔주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표를 포함해 오늘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있게 한 분들,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바랍니다. 그의 선대가 이 나라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듯, 그가 임종 직전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살려내도록 응원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