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일기예보와 부부싸움(2015년 5월 10일)

divicom 2015. 5. 10. 15:22

오늘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일기예보'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날씨도 좋은데다 정부에서 5월은 여행하는 달이라고 부추기니 연일 여행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행을 하면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성숙해질 사람은 여행하지 않아도 성숙해지고, 여행을 밥 먹듯 다니지만 늘 철부지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오늘 첫 노래는 Edith Piaf의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오, 난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이었고, 마지막 노래도 프랑스 가수 Mireille Mathieu의 'Die Lorelei'였습니다. 방송 중에도 말했지만, 요즘 미국이 계속 뒷걸음질치는 일본을 편드는 게 미워서, 미국 가수의 노래는 한 곡 -- Aerosmith의 Dream on --만 틀었습니다. 독일 노래 '로렐라이'를 마지막 노래로 고른 데에는 일본이 독일을 좀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양희은 씨의 '아버지'였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 중에 지금까지 여운이 남는 건 재즈가수 박성연 씨의 '세월이 흐른 후에', 이연실 씨의 '소낙비', 이동원 씨의 '귀천', 동요 '아빠는 엄마를 좋아해'입니다. 


'책방산책' 코너에서 소개해드린 책 <내 아이를 바라는 대로 키우는 부모 연습>에 따르면, 늘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이혼한 부모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늘 싸우는 부모보다는 이혼한 부모가 낫다는 건데요, 부디 싸우지 말고 사시길 바랍니다. 상대가 자기 기대와 다르게 행동할 때 사람들은 화를 내며 싸우려 하지만, 그 상대 또한 자기를 보며 똑같이 느낀다는 생각을 하면 자주 싸울 필요가 없을 겁니다. <책방산책>에서 소개한 또 한 권의 책은 윤석훈 씨의 시집 <종소리 저편>이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일기예보'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모든 노래의 명단은 tbs홈페이지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기예보

 

일기예보가 갈수록 정확해집니다.

하루 예보는 물론 주간 예보도 맞는 일이 많습니다.

일기예보가 정확해질수록 당황할 일이 줄어들지만

날씨가 만들어주는 추억도 함께 줄어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숨을 곳을 찾는 일도 드물고,

속으로만 좋아하던 사람과 모래밭을 거닐다가

소나기 덕에 가까워지는 일도 사라져갑니다.

 

하늘이 맑아도 비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누구나 우산을 넣고 나가니

여우비 맞는 애인에게

겉옷 벗어주는 남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일을 알면 놀랄 일이 줄어들지만

예상 못한 상황이 끌어내는 창의력도 줄어듭니다.

오늘날 여러 예술 분야에 복고의 바람이 부는 건

정확한 일기예보로 상징되는 기술의 발전이

창의력을 앗아갔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가끔 일기예보가 틀려도 불평하지 마세요.

그때가 바로 창의력을 발휘하며 추억을 만들 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