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성완종 리스트'와 검찰의 미래(2015년 4월 11일)

divicom 2015. 4. 11. 08:09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검찰의 태도를 보면 검찰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후 그의 

저고리 주머니에서 소위 '성완종 리스트'가 적힌 메모를 발견했으면서도 밝히지 않다가 경향신문에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한 후에야 발표했으니 말입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2015년에도 여전히 그 노릇을 한다면 검찰엔 미래가 없는 것이지요. 리스트를 장식한 김기춘 전 검찰총장처럼 부끄러운 검찰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지 않을까, 소수의 양심 있는 진짜 검사들이 더욱 괴로워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아침입니다. 아래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오늘 경향신문 기사입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MB 겨누다 ‘부메랑’… 대선자금 확인 땐 메가톤급 파장

2012년 홍문종 조직·유정복 직능·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 맡아
대통령 당선 유력해지자 친박 인사 쪽으로 ‘비선 자금’ 가능성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대선자금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 핵심인사에게 거액의 대선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더욱이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 등 박근혜 정권 친박 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됐다. 성 전 회장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2012년 대선자금 문제가 열리고, 친박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치명상을 입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60)에게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공개했다. 성 전 회장은 “그(대선)때도 한 2억 정도 해줬다. 현금으로 줬다”고 말했다. “자기가 썼겠나. 선거에 썼지”라고도 했다. 홍 의원에게 ‘대선자금용’으로 2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셈이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성 전 회장 메모에도 홍 의원 이름과 ‘2억’이라는 액수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직총괄본부장은 시·도별 당 조직과 외곽조직을 관리하는 자리다. “조직 관리를 위해선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고, 돈을 만질 수밖에 없는 곳”(새누리당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성 전 회장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고 뛰었다. 조직을 관리하니까”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성 전 회장 메모에 유정복 인천시장(58) 이름과 함께 ‘3억’이, 서병수 현 부산시장(63)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시장 2억’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성 전 회장 주장과 정치권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들 메모도 2012년 대선 당시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대선 당시 유 시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아 전국 직역별 지지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했다. 홍 의원이 이끈 조직총괄본부와 함께 ‘밑바닥’ 조직을 맡은 것이다. 서 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다. 당무조정본부장은 공식적인 선거자금에 대한 총괄책임자였다는 게 캠프 주변 인사들 전언이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이 모두 대선자금과 밀접한 조직을 맡았던 셈이다.

실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돈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선대위 조직들에선 “실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고, 각 조직들이 알아서 자금을 구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친박 핵심 인사의 조직 쪽으로 돈이 간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의 주장과 이 같은 정황들은 일부 대선자금이 비선(秘線)을 통해 박근혜 후보 캠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공식 회계처리를 거치지 않은 음성적 자금이라는 것이다. 성 전 회장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회계 처리 않고) 꿀꺽 먹었다”고 했다.

이 경우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가 어떻게 음성적으로 대선자금을 조달했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성 전 회장의 ‘메가톤급’ 폭로가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옮겨붙게 되면서 ‘2012년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