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내린 눈은 거의 다 녹았지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의혹은 자꾸 커지는 눈덩이 같습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는 이완구 씨를 둘러싼 의혹을 ㄱ, ㄴ... 순으로 정리한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후보는 참 머리가 좋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족을 위하는
사람이 공무원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기사가 길어 앞부분만 옮겨둡니다.
기사 전문은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77496.html?_fr=mt3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많기도 많다…이완구 의혹 ‘ㄱ~ㅎ’ 총정리[더(the) 친절한 기자들] 이완구 후보 의혹 백과사전 ‘ㄱ’ 차남 건강보험료
부터 ‘ㅎ’ 황제 강연 논란까지 10~11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3일 전례 없는 여야의 환영을 받으며 지명된 이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공직 생활 초기부터 온 가족
자료를 모아놓은 여행용 가방과 분실에 대비해 사본을 넣은 ‘쌍둥이 여행용 가방’까지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미담’처럼 회자됐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부동산 투기, 병역 특혜, 논문 표절 그리고 ‘언론 통제’ 발언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불과 2주 사이에 총리 자격마저 의심받는 정반대 상황에 내몰렸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6월말, 김명수 당시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한 바 있다.
“야당이 주장한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객관적 상황으로 볼 때 도저히 이것은 안 되겠다 라고 하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국민적 눈높이로 볼 때도 도저히 이런 분이 어떻게 통과되겠나 하는 그런 객관적 사실이 드러난다면 여야를 떠나서 그것은
분명하게 입장을 정해야 되겠죠.”
이 후보자는 자신을 향한 ‘국민의 눈높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그는 ‘인생에서 했던 최고의 거짓말
3가지’를 묻는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의 서면 질의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리해봤다.
■ 건강보험료(차남) 차남(34)은 2011년
8월~2014년 11월 기간 동안 홍콩의 미국계 로펌 폴헤이스팅사에서 일하며 연봉(추산) 2억3천만원대의 고액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지만,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아버지 이완구 후보자 또는 형(36)의
‘지역 세대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납부하지 않은 건강보험료는 약 24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 건강보험료(손자) 장남(36)의 두
아들(8살, 3살)에 대한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둘 다 출생 뒤 지난해 10월1일까지 ㈜ㄴ사 소속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나타난다. ㄴ사는
외가(이완구 후보자의 사돈) 어른들이 대표 및 이사, 감사를 맡고 있다. 두 아들은 출생 뒤 주민등록상으로도 지난해 8월까지 외할아버지인
‘이○○(73)의 외손’으로 표기돼 있었다. 같은 기간 장남 이씨는 직장피부양자(이완구 후보자가 충남지사 시절) 및 지역가입자였다.
■ 국적(며느리) 이완구 후보자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보면, 1월23일 발급한 가족관계증명서상 며느리 이◎◎(35)씨는 국적이 ‘영국’으로 표기돼있다. 국적
논란이 나오자, 닷새 뒤 28일 이 후보자 쪽은 따로 자료를 내어, "장남 배우자의 국적은 영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을 알려드린다. 2013년
10월29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영국 국적 상태에서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중국적’이 됐을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 후보자 쪽은
“현 시점엔 영국 국적이 없다”면서도 영국 국적 포기 시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 국적(손자) 이완구 후보자의 두 손자는
2007년, 2012년 모두 미국 미시건주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첫째(8)는 미국 학교에 재학중이다. 이 후보자 쪽은 “장남이
유학중이어서 당연히 미국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어 ‘원정 출산’은 아니다”라며 “유학중인 장남은 미국의 한 대학에 교수직에 지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 논문 표절 이완구 후보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제기된 표절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 이 후보자의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 박사학위 논문인 ‘정책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 경찰 공무원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해당 분야 전문서적이나 다른 논문의 문장을 별도 인용 표시 없이 문장을 그대로 옮겨쓰거나 목차 중
일부 소제목 등도 거의 일치하는 경우가 발견됐다고 <동아일보>가 1월27일 보도했다.
이 후보자는 1월28일 “인용(표시 등)은 소홀히 했을 수 있지만 참조(문헌 명기)는 기본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며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여러분의 지적(표절 의혹)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전문 학자가
아니니까 다소 무리한 부분이나 소홀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땅 투기 의혹 이완구 후보자의 장인·장모, 처남, 지인 등이 2001년 경기 성남 대장동 일대의 땅을 샀다. 장인·장모가
구입한 1237㎡(374평)는 2002년 이들의 딸인 이 후보자의 부인(62)에게, 그리고 2011년엔 다시 외손자인 이 후보자의
차남(34)에게 증여됐다. 이 후보자는 2001년 실거래가(7억5600만원)와 현 공시지가(21억5천만원)의 차이를 들어 ‘투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익 규모가 14년 새 3배가 되지 않는데 무슨 투기냐는 것이다. 단지, 전원 주택 단지를 조성하려던 개발업체의 계획과 장기간
일본에서 머물다 귀국한 장인·장모가 살 곳을 찾던 시기가 일치했을 뿐이라는 게 이 후보자 쪽의 설명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두 차례의 증여세와
취등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모두 15억6300만원의 세금도 빠짐없이 냈다고 강조한다.
야당은 ‘땅 투기’라는 입장이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월28일 “이 후보자는 당시 국회
재경위에서 활동했던 경제통이었다는 점에서 고위공직자로서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정황을 종합할 때, 이 후보자가 이 같은
정보를 이용하고 장인장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땅 투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공하지 못한 투기는 투기가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풀이된다.
■ 동생의 ‘호가호위’ 이완구 후보자의
동생(56)은 충남 천안 청당동 택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2011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돼 실형(징역 2년)을 살았다. 동생은 형이 충남지사로
재직하던 2008년, 앞날이 불투명해진 사업에 대해 자신이 로비를 대신 해주겠다며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당시 1심 판결문을 보면 “(동생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도지사(이 후보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여자인 이아무개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였”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이 후보자는 해당 개발 사업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명시된 당시 공소장을 공개하며, “동생의 비위 사실에
후보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 동생이 비위행위를 저지른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생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소원한 사이”라고 했다. |
■ 병역(본인) 이완구 후보자는 3차례의 징병
신체검사를 거쳐 보충역 판정(1년)을 받았고, 1976년 5월~1977년
4월까지 복무해 만기전역(일병)했다. 보충역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지난 1월28일 이 후보자 쪽은 “중학교 때
마라톤에 참여했다가 너무 심한
통증을 느껴서 (질병을) 발견했다.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주상골은 발목에 있는
일부 뼈가 붙지 않아 다른 뼈가 하나 더 생기는 증상으로, 평발 변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 후보자 쪽 설명이다.
그러나 나중에 공개된 병무청 기록에서 이 후보자는, 애초 설명과 달리 1971년(21살) 첫 신검에서
‘갑종’(현재의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1974년) 뒤 홍성군청 수습사무관으로 근무하던
1975년 6월 일단 현역으로 육군에 입영했다. 그러나 입영 뒤 신체검사에서 ‘편평족중등도(평발)’로 무급(현재의 7급) 판정을 받아 재검
대상으로 분류됐고, ‘귀향’ 조치를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마치 자신이 입대 뒤 돌아올 것을 예견이나 한듯, 이 후보자는 홍성군청에 휴직 신청도
하지 않은 부분이다.
같은 해 이 후보자는 편평족(평발) 진단으로 재검을 요구해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으나 또 현역(1을종·2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또 이의를 제기해 ‘3을종’(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이
후보자가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려고 부단히 애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병역(아들) 차남(34)은 4차례의 징병
신체검사를 거쳐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2000년 8월(19살) 첫 신검에서 현역(3급) 판정을 받았지만, 미국 유학중이던 2004년 10월
축구 시합을 하다가 무릎을 다친 뒤 2005년 12월 현지 미시간대 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파열 재건술 및 내측반월상연골 파열에 대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 6월 징병 신체검사에서 오른쪽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의문이 남는 부분은 수술 시점이다. 지난 1월29일 차남의 ‘공개 검증’에서 서울대 병원 이명철
교수(정형외과)는 부상 4개월 뒤(2005년 2월) 미국 미시간대 병원에서 촬영한 MRI 사진을 보며, “(사진에 나타난) 연골판 파열은 그냥
둘 수가 없다. 이런 경우 가능한 빨리 수술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은 부상 14개월 만에야 이뤄졌다. 차남은 첫 진단을 받고도 바로 수술을 받지 않았고, 부상
9개월 뒤 한국에 와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MRI를 찍었다. 같은달 두차례 징병 재검을 신청해 4급(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건 다시 다섯달 뒤 미국 병원에서였다. 2006년 5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차남은 “정상으로 되기는 힘들다”는 진단을 받아, 다음달 신검에서
5급(면제) 판정을 받았다. 보충역 판정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이 후보자는 ‘공개 검증’ 당일 “아직 장가도 안 간 자식의 신체 부위를 공개하면서까지…, 내가 공직에
가기 위해서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파요”라며 눈물을 보였다.
■ 부부동반 출장 이완구 후보자는 도지사 재입
시절 21차례 국외 출장 가운데 절반 가량인 10차례 출장에 부인을 동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숙박·항공료 등 비용을 도 예산으로 처리한 게
확인되면 파장이 예상된다. 2007년 9월 미국 로스앤젤리스 출장과 관련한 충청남도의 계획안에는, 후보자 부인 이아무개씨 몫의 항공운임
668만여원과 체재비 1520달러(약 167만원)도 잡혀 있다. 2007년 12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다음달인 2008년 1월 이완구 후보자는 일본에 ‘재해지역 복구방안
모색’을 위한 출장을 다녀왔는데, 이때도 부인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