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2014년 9월 17일)

divicom 2014. 9. 17. 19:08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세월호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언급하며 대통령이 결단을 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5개월 만에 속내를 밝힌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세월호 가족들 요구를 ‘정치적 저의’로 폄하하고 거부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경향신문은 이 발언이 지난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설훈 의원은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미스터리 7시간’을 거론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국민들 중엔 박 대통령이 자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게다가 '국가 위상'은 세월호 사건이후 추락할 대로 추락했으니 더 추락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오늘 교육부 공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교육부는 오늘 17개 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어 세월호와 관련된 교사의 1인 시위와 학교 안에서 노란 리본 달기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사건을 지우기 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그 사건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배가될 겁니다. (아래 한국일보 기사 참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모임은  오늘 다음 달 31일 광화문에서 '시민이 함께하는 세월호 추모영상제'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인 모임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특별법 제정 촉구 등 관련 메시지를 담은 10분 이내 동영상을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 접수받아 추모영상제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촐된 동영상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등 영화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상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cafe.daum.net/sewol.movie416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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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사 1000"세월호 잊지 말자" 단식·시위..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신선식(54) 교사는 16일 오전 750분부터 1교시 수업 전까지 학교 정문 앞에서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 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교하던 학생들은 '세월호 진상 밝혀지길!' '특별법 제정해주세요' 등 저마다의 바람을 담은 노란 리본을 학교 담벼락에 내걸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돌아가며 점심 단식을 하고 있다. 신 교사는 "18일에는 이 지역 교사 80~100명이 시내에 모여 세월호 추모 108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교사들이 실명을 내걸고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글을 올렸던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른 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일이 우리 교육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절감한 탓이었다. 순응만을 가르쳤다는 자기반성도 깔려있었다.

 

그런 교사들이 참사 발생 5개월째를 맞아 다시 행동에 나섰다. 16일 전국 1,000여명의 교사들이 노란 리본 달기, 점심 단식 등을 통해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진상규명 작업에 분노한 교사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정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교사 집중실천 행동의 날'에 부응한 것이다. 교사들은 "제도를 마련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 또 다시 사랑하는 제자들을 잃을지 몰라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15일부터 굶기 시작한 전남 광주의 중학교 도덕 교사 박모(50)씨는 19일까지 5일간 단식할 계획이다. 이날 박씨의 동료 교사 10여명도 점심을 굶었다. 박 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권위적인 교육 방식에 대한 반성과 '참사를 잊지 말자'는 생각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단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세월호 계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수사권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모두를 위한 법, 우리를 지키는 법'이란 문구를 적어 17일 동료 교사들과 학교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박 교사는 "'해당 문구는 유가족들이 왜 수사권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인지 학생들이 토론을 진행해 낸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부천의 한 중학교 이모(44) 교사 역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 교사 6명과 함께 점심을 굶었다. 이 교사는 이번 주 내내 점심을 먹지 않을 생각이다. 노란 리본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단 그는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고,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는 "행사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교사의 1인 시위 불허, 학내 리본 달기 행사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 공문을 17개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동료와 제자를 잃은 아픔을 달래고, 세월호 참사 교훈을 되새기는 것조차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교육부가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