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든 여자든, 배운 사람이든 배우지 못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사람은 누구나 늙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됩니다. 제가 삶의 최종 목표를 '멋진 할머니'로 삼은 건 바로 그래서입니다. 목표가 이렇다 보니 멀고 가까운 노인들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지난 주 한국방송(KBS) 이사장이 된 이인호 씨를 오래 지켜 본 것도 그런 연유이지만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인호 씨는 여든을 목전에 두고 KBS 이사장이 될 때까지 사회의 은덕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지만 그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8월 31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2006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며, 2007년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작년 3월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했다.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일일이 메모했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 6월엔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과 관련해 “(문씨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 “(문씨가) ‘민족이나 나라를 아끼지 않는 아베 같은 사람’이라며 낙마시킨다면 이 나라 떠날 때라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교수의 조부인 유학자 이명세는 1939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 등을 지내며 일제를 찬양하는 ‘시국강연’을 하고, 1941년 최린·윤치호 등이 관여한 태평양전쟁 지원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의 친일활동으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포함됐습니다.
조금 전 인터넷 한겨레신문에서 이인호 씨가 조부의 친일 행적을 정당화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래에 그 기사를 옮겨둡니다. 아무래도 KBS수신료 거부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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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내 조부가 친일이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
KBS 이사장, 조부 이명세 친일 행적 합리화 강변
새노조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적극 옹호 자격 미달”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5일 야당 추천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 이사로 추천한 뒤 불과 4일 만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이사장이 자신의 역사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이사회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이인호 이사의) 극우적인 역사 인식이 공영방송 케이비에스가 지켜야 할 공정한 여론 형성의 책무에 부합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다”라며 선출 중단을 주장했으나 여당 쪽 이사들은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사장 선출을 의결했다.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편향적 역사관에 해명을 해야 한다. 명확한 입장 표명 전까지 야당 이사들은 향후 회의에 불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성명을 내어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교과서를 적극 옹호해온 이인호씨는 공영방송 최고의결기구의 이사장으로 자격 미달이다”라고 이사회 결정을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부의 친일 행적을 두고,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일제 통치 체제하에서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다. (조선유도연합회에) 취직을 하셨고, (일을) 맡아서 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다”라고 해명했다. 그의 조부(이명세)는 1941년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일제가 친일 유림인사들을 동원해 만든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사무총장급)로 활동했다. 대통령 직속기구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704명 명단에 올라 있다.
이 이사장은 한국방송의 운영과 관련해선 “정치적으로 독립해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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