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승효상의 서울시(2014년 9월 19일)

divicom 2014. 9. 19. 15:58

건축가 승효상 씨가 어제 서울시의 총괄 건축가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명박과 오세훈, 두 시장을 거치며 천박한 자본주의의 표상이 되다시피한 서울이 승효상 씨의 감독 아래 옛날의 품위를 다소나마 회복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 자연과 인공물의 어울림을 추구해야 할 건축이 사람과 자연은 무시한 채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으로 전락하여 서울시청처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형태의 건물들이 늘어났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침 오마이뉴스의 강민수 기자가 승효상 씨를 인터뷰했기에 옮겨둡니다. 기사 말미의 일문일답은 아래 주소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3875



일제 때도 버틴 서울... 이제 이 남자 손에 달렸다

[인터뷰] 승효상 초대 서울시 총괄 건축가... "연계의 '메타 시티'로 간다

 

'빈자(貧者)의 미학'을 화두로 자신의 건축 세계를 쌓아온 승효상(62) 이로재(履露齋) 대표. 그가 18, 서울시의 총괄 건축가로 임명된다. 총괄 건축가는 공공 건축과 도시 재생 등 서울의 건축과 도시 계획을 총괄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조언하는 자리다. 그의 건축 철학이 미래 서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골목의 이로재에서 그를 만났다. 이로재는 '이슬을 밟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는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로, 늙은 부모를 모시는 가난한 선비가 새벽 이슬 내린 길을 밟으며 문안을 드린다는 것으로 효성이 지극한 가난한 선비가 사는 집이라는 의미다.

 

승효상 책상에는 인문학 서적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모더니티의 지성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신화 읽는 시간> 등이 눈에 띄었다. 책상 오른편은 유명한 그의 서가다.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며 그는 서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02,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대표작으로 수졸당, 수백당, 웰콤시티, 봉하마을 묘역 등이 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서양 따라하다 망가진 서울... "이전으로 회복 가능"

 

그는 서양의 '평지 도시' 개념이 서울의 정체성을 망쳤다고 진단했다. 평지에 지어진 서양의 도시와 다르게 산이 많은 서울이 서양을 따라하면서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산을 깎는 방식으로 개발해 서울이 평면의 도시가 됐다""하지만 서울에는 산과 산에서 흐르는 물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승효상은 '메타 시티(meta city)' 개념을 강조한다. 확장과 성장을 상징하는 메가 시티(mega city)와 대비되는 메타 시티는 공간의 연대와 연계를 통해 성찰적 도시를 지향한다.

 

그의 세운상가 리모델링은 메타 도시로 향하는 첫 걸음이다. 스승인 고 김수근 선생이 밑그림을 그린 세운상가는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서울시가 보존을 결정했다. 여기에 그가 뛰어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세운상가 2층에 보행 데크를 만들어 종묘-청계천-을지로-남산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또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중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서울은 을지로, 종로 등 동서로 길이 나 있지만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하면 종로-을지로-남산까지 남북을 이어주는 도보가 연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승효상은 종묘를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치한 봉하마을 묘역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 그는 "종묘의 월대(月臺)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라며 "비워진 곳을 음미하고 묵상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과 관련해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또 정부의 한강 관광자원화와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계획이 충돌한다는 우려에 대해 "서로가 극과 극이라고 보지 않는다""자연성 회복이 관광의 소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승효상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