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세월호 유족 단식(2014년 8월 8일)

divicom 2014. 8. 8. 17:59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어제 25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제대로 단식을 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른 의원들과 이런 말을 주고받았고, 이 내용이 오마이뉴스 취재진에 의해 녹음되어 알려진 것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크게 승리한 후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만과 무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아래에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돌보는 의사 이보라 씨(서울 동부병원 내과과장)가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옮겨둡니다. 이런 의원들을 어떻게 단죄해야 할까요? 파란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의 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지금은 김영오 씨 한 분만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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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준 의원님..

 

오늘 말복이었는데 좋은 보양식은 드셨는지요?
그래요... 이 삼복 더위에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은 한 아비가 25일간이나 단식을 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죠.

 

저는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유가족들을 단식 6일차부터 거의 매일 진료를 했던 내과의사인데요... 제가 목격한 것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세월호 유가족들... 유민이 아빠, 예지아빠, 빛나라아빠 또 만난지 이틀만에 실려가셔서 제가 이름을 기억 못하는 아빠들까지 포함 총 5명의 아빠들이 7월 14일부터 정말 목숨걸고 단식을 하셔서요... 산부인과 전문의이신 의원님의 예상대로 줄줄이 실려나가셨어요.

 

그리고 마지막 남은 유민이아빠, 김영오씨는요... 지금 체중이 처음보다 15% 정도 감소한 위험한 상태인데도 자식을 먼저 보낸 죄로 유민이 옆에 묻히겠다며 단식을 하고 있는거예요.

 

의원님이 산부인과 의사이고 지금은 국회의원을 하시느라 잘 모르시는가 본데...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단식하는 사람에게 의사가 단식중단을 종용하거나 강제 급식 혹은 영양공급을 하는 것은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그 분의 생체징후를 확인하고 여러가지 몸의 이상 증상들에 대해 상담을 해 드리는 것 하고, 앞으로 단식을 중단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복식증후군(refeeding syndrome) 발생없이 안전하게 복식을 할 수 있는 치료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제가 하는 행동이 의료윤리에 합당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요...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52~74일 단식하다가 사망한 사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25일 단식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중에 자식을 잃고 자살을 하신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억의 보상금 다 필요없고 내가 그 돈 드릴테니 내 아이를 살려달라는 애가 끊어지는 절규도 들었습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는 특수방음벽이 설치되어 있나요? 억울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절규가 들리지 않나요? 김태흠의원인가 하는 분은 단식하는 단원고 학부모들에게 노숙자 같다 그러더니 이제 의사이신 안홍준의원님이 "의사여서 궁금한데 단식을 제대로 한거냐" 하시면 25일 단식한 유민이 아빠 정말 죽어나가는 꼴을 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의원님과 저 그리고 유가족들이 함께 살아나갈 우리 대한민국이 304명의 귀한 목숨을 어이없이 잃어버린... 이 엄청난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이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폄하하거나 유가족들이 돈이나 특례입학을 요구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이 상처들을 직시하고 발생원인을 밝혀내고 도려내는 대수술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