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월호 서울광장 분향소(2014년 4월 27일)

divicom 2014. 4. 27. 23:13

세월호에서 희생된 분들을 위한 분향소가 서울에 차려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오늘 오후에야 차려졌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8시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제 앞에도 제 뒤에도 줄이 제법 길었습니다. 

분향소가 차려지길 기다린 사람이 저 말고도 많았던 것이지요. 

남녀노소 함께 열 명씩 횡대로 서서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면 종대를 이루며 입장해 다시 횡대로 서서 인사하고 헌화했습니다.


분향객들에게 주어진 하얀 국화... 아름답고도 향기로워 눈물이 났습니다. 

아름답고도 향기로운 건 젊음이니까요. 

나라를 잘못 만나 어두운 바다 밑에 갇힌 젊은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이 나라가 변해야 합니다.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하고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 

특히 국록을 먹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태만을 엄격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벌이 약하면 법이 웃음거리가 되니까요. 


수사가 무서워 사표를 내는 사람들, 상관을 위해 사직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리에 머물든 물러나든 죄 지은 사람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서울 시민 모두 서울광장 분향소에 가시길 바랍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이 나라의 부실과 부패를 몸 바쳐 고발한 순교자들입니다.

그분들 앞에 고개 숙이고 그분들의 죽음이 낭비 아닌 순교였음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참, 분향소에 가실 때는 되도록 검은 옷이나 어두운 색깔의 의상을 착용해주십시오.

엊그제 미국대통령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파란 옷이 거슬렸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국상(喪) 중이고 그것을 아는 미국대통령은 상복 차림으로 왔는데 

박 대통령이 입은 옷은 너무도 밝은 파란 빛이었으니까요. 

대통령이 옷을 직접 골라 입지는 않으셨을 테니

그 옷을 입으라고 한 사람은 대통령의 '안티 팬'인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세월호 실종자들이 모두 발견될 때까지는 무채색 옷을 입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