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19혁명(2014년 4월 19일)

divicom 2014. 4. 19. 08:45

오늘은 젊은이들이 앞장 서 독재정부 타도에 나섰던 4.19혁명이 일어난 지 54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혁명은 없었습니다. 그때의 젊은이들은 지금 70대의 노인들이 되었습니다. 육체의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지만 정신의 노화는 의지로 저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4.19혁명의 주역이었던 노인들 중 몇이나 아직 존경할 만한 정신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하며 저를 돌아봅니다. 


제 윗세대가 이승만의 독재를 겪었듯 제 세대는 박정희의 긴 독재와 '10월 유신'을 겪었습니다. 젊은 시절, 독재에 맞서 시위하고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귀가한 적도 많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자그만치 18년이나 청와대 주인 노릇을 했으니까요. 제 다음 세대인 386세대는 또 어떤가요? 그들의 젊은 시절 또한 독재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독재자의 이름만 전두환으로 바뀌었던 것이지요. 


제 세대와 386세대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30대, 20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이 '반(反)독재 세대'가 가르친 건 무엇보다 '출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의 '승자'가 될까를 가르친 것이지요. 한때 민주, 정의, 자유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첨병이 되어 반민주, 부정, 부자유를 열심히 실천하는 걸 보며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지금의 5, 60대)의 보수 여당 지지율이 그 어느 세대보다 높은 것만 보아도 이들의 변모가 눈에 띕니다. 젊은 시절에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버리고 젊은 시절에 비판하던 대상을 편드는 것과 육체의 노화가 비례하는 것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재가 싫어 독재와 싸웠던 사람들이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독재적 부모 노릇을 하여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순응적 젊은이를 길러내고, '다른 건 다 못해도(몰라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가르친 덕에 젓가락질과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우등생'이 양산되었습니다. 


출생율이 낮아 걱정이라지만 무식하고 이기적인 국민의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줄어드는 게 낫겠지요. '낳아라, 낳는 게 애국이다'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국은 '많이 낳는 것'이 아니라 '잘 키우는 것'입니다. 이 작은 나라에 인구가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인구가 적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질이 높다면 아무도 그 나라를 업신여기지 못할 겁니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가 좋은 예입니다.


다시 돌아온 4.19 아침, 자신을 돌아보는 젊은이와 늙은이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