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나라는 후진국(2014년 4월 17일)

divicom 2014. 4. 17. 08:53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늘 새벽 진도 앞바다 침몰 사고 대책본부가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가 생수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침몰한 세월호 승객들의 가족들이 정 총리 일행에게 "어디서 얼굴을 들고 오느냐", "잠수정을 왜 투입하지 않느냐.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라" 고 소리치며 물병을 던졌다고 합니다.

 

정 총리는 중국과 파키스탄 순방을 마치고 어젯밤 10시쯤 전남 무안공항으로 귀국하여 곧바로 목포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고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진도 대책본부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정 총리는 030분쯤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데, 그이에겐 안 된 말이지만 가족들의 분노를 이해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인터넷엔 맞아도 싸다’ ‘이게 나라냐등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 총리 자신도 관계장관회의에서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는데 정말 안타깝고 괴롭다.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날 샐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바로 즉각 시행해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합니다


정 총리는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러면 우리나라가 후진국이 아니라는 겁니까? 이 나라는 후진국입니다. 정치의 후진성, 경제의 후진성, 문화의 후진성, 공무원 사회의 후진성... 무엇으로 보아도 이 나라는 후진국입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해서,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닙니다.


침몰한 배의 승객을 구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과 항해사 등이 승객보다 먼저 배를 탈출하는 경우엔 낯선 배 안에서 승객이 할 수 있는 자구노력이 별로 없습니다. 배의 이상상태가 감지되었을 때 좀 더 빨리 구조작업이 이루어질 수는 없었는지, 생존자 허 웅 씨가 JTBC 인터뷰에서 누차 얘기한 것처럼 사고 초기 해경 등의 구조 노력이 너무 더뎠던 것은 아닌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정 총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참담한 사고를 당해 마음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면서 "지금 현재로는 11초도 주저할 시간 여유가 없고 촌음을 아껴서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해군과 군함을 포함한 모든 인력과 장비는 물론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할 수 있도록 각 부처는 인력·장비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현장에 투입해달라"고 했다는데, 총리의 채근 때문에 구조요원들이 무리하여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