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상한 사과, 이상한 분향소(2014년 4월 29일)

divicom 2014. 4. 29. 23:12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참사 14일째에 '사과'한다면서 왜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고 자기 수하들이 모인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했을까요? 그게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까요? 자기가 임명한 각료들에게 사과한 걸까요? 


박 대통령은 그 '사과'를 하기 전에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가서 조문을 했다는데, 그 분향소 이름도 이상합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라니 무슨 뜻일까요? 왜 이름에 '정부'가 들어가 있을까요? 책임져야 할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마련한 분향소라는 뜻일까요? 아니면 정부가 아닌 '민간' 합동분향소가 따로 있다는 뜻일까요? 


'세월호 사고'라고 했는데 세월호 침몰은 이미 '사고'의 차원을 지나 '사건'이 되었습니다. 분향소 이름 하나마저 이렇게 이상하니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게 이해할 만합니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데 지금 '안전'을 관장하는 부처가 없어 이런 사태가 빚어진 걸까요? 


참, 대통령이 사용한 '적폐'라는 단어는 누가 찾아냈을까요? 과문한 탓인지 저는 60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아래는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된 한겨레신문 석진환 기자의 기사입니다. 조금 전 인터넷으로 보았습니다.



박대통령, 14일만에 "수습 미흡"안전처 신설 등 밝혀

안산 분향소 찾아 조문만시기·형식 등 부적절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참사 14일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날 아침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이 참사 14일째에, 그것도 정기 국무회의 자리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선 내용과 형식 모두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나서 진심 어린 사죄를 구하는 게 아니라, 국무회의 탁자를 앞에 두고 장관들 앞에 앉아 내놓은 '착석 사과'에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는 조문만 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들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당사자인 유족들에게는 직접 유감이나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쌓인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너무도 한스럽다", "집권 초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해 사고의 근본 책임을 이전 정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듯한 언급도 했다. "문제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면서도 사고 수습 과정에서 숱하게 제기된 청와대와 박 대통령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현 안전행정부 중심의 재난대처체계를 바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 차원 대형사고에 대해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를 시작하도록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지금처럼 여전히 정보취합형 조직으로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급박한 재난 때 각 부처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국가 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 사회에 대해서는 지난 21일 내놓은 '복지부동 공무원 퇴출론'을 넘어서 "소위 '관피아''공직 철밥통'이라는 용어를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해결하고, 공무원 임용과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후속 대책에는 사고 수습과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혼선을 어떻게 정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국가 개조'처럼 정부가 국민을 대상화하는 듯한 1970년대식 슬로건을 어떻게 2014년에 적용하겠다는 것인지도 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