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현수와 빅토르 안(2014년 2월 16일)

divicom 2014. 2. 16. 14:33

어젯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중계를 보는데 가슴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빅토르 안 때문이었습니다. 안 선수는 지난 10일 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을 따서 새로 자신의 조국이 된 러시아에 첫 올림픽 쇼트트랙 메달을 선물했고 어젯밤엔 남자 1000m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여 첫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처럼 우아하게 이기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의 등을 떠밀어 객지 사람이 되게 한 이 나라의 수준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물론 제 아픔 따위는 안현수 씨가 모국을 떠나 빅토르 안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될 때까지의 고통, 러시아 사람이 된 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죽는 날까지 겪게 될 마음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어제 경기 후 성난 네티즌들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홈페이지로 몰려 가는 바람에 홈페이지가 다운되었다고 합니다. 안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가 연맹의 전횡과 파벌 싸움 등으로 인한 것이니 그것을 비판하러 몰려 간 것이지요. 


우리는 영웅을 영웅으로, 천재를 천재로 인정하고 대접하지 못하는 무지와 편협으로 인해 무수한 인재를 잃었습니다. 음악가 윤이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스케이터 안현수, 노무현 대통령... 우리는 언제까지 이 어리석은 관성의 포로로 살아갈까요? 3월이 멀지 않았지만 가슴엔 한겨울 북풍이 붑니다. 


안현수든 빅토르 안이든, 노력으로 꽃 피운 재능은 어디에 있든 빛을 잃지 않습니다. 안 선수의 앞날이 더 많은 승리(Viktor)로 빛나기를 축원합니다. 안 선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