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민망한 수학강국(2014년 2월 10일)

divicom 2014. 2. 10. 09:54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미분, 적분, 로그 등을 배운 고등학교 때는 수학 시간에 영어 소설을 읽는 일도 흔했습니다. 결국 처음 치른 대학 시험에서 수학 0점을 받았습니다. 요즘 말로 '수학포기자(수포자)'였던 셈이지요. 


수학을 하기 싫었던 이유는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어, 영어, 사회 등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계산'을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서른이 훨씬 넘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드상을 받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을 읽은 후에야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수학을 공부하면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학창시절 저를 가르쳤던 수학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희 집 아이는 저와 달리 수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수학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수학전문가인 교수 친구가 아이와 시간을 보낸 후에 말했습니다. "이런 아이가 수학을 해야 하는데... 얘는 공식을 외우지 않고 만들어." 아이는 문제 하나를 몇 시간에서 며칠씩 걸려 풀곤 했습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밤새워 풀고 난 아이가 새벽녘 방문을 열고 나오며 덩실덩실 충추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실력'보다 '성적'을 추구하는 교육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인정 받기 어렵습니다. '성적'을 잘 받는 사람 중엔 '실력'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부모를 잘 만난 사람, 꾀를 잘 쓰는 사람, 아부를 잘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래에 '수학 강국 코리아'의 수학 교육 실상을 보도한 기사를 옮겨 둡니다. 오늘 아침 세계일보 기사입니다.


민망한 수학강국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수학 1위’, ‘2013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종합 2위’,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 유치’….

얼핏 보면 ‘수학 강국 코리아’라고 부를 만한 성과들이다. 하지만 한국 수학 교육의 실상은 딴판이다. 소수의 성적 우수자를 제외한 중·고교의 상당수 학생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전락했다. 창의적 사고력 신장을 위한 기초학문인 수학이 교육 현장에서 ‘입시용’ 과목으로 다뤄지면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린 탓이다. 이는 세계일보가 9일 입시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2014 한국 수학의 해’를 맞아 최근 2년간 전국 중학교와 일반계고의 1학년 1학기 과목별 내신 평균점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ICM 유치(8월13∼21일)를 기념해 올해를 한국 수학의 해로 선포하고 “수학 선진국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홍보한 바 있으나 본보가 분석한 학교알리미의 전국 일반계고 수학 내신 평균성적은 이런 정부의 자신감을 무색하게 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1658개 일반계고 가운데 797곳(48.1%)의 학교별 수학 평균점수가 50점 미만이었다. 평균 50점 미만 고교 비율 48.1%는 전년도 45.3%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국어와 영어성적이 50점 미만인 학교의 비율 각각 5.9%와 21.1%에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그만큼 수학의 학력 저하가 심하다는 얘기다. 특히 중학교 3197곳 중 수학 50점 미만 학교(114곳)의 비율이 3.6%인 점을 감안하면 상급학교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국어와 영어 내신에 비해 수학 성적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많은 학생이 수학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특목고, 자사고 등과 달리 대부분 일반계고에서 인문계(문과)·자연계(이과)로 나뉘는 고2부터 문과생을 중심으로 수포자가 양산되고 있다. 지난해 IMO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출전선수 6명도 모두 과학고와 자사고 학생이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일반계고생 정모(19·문과)양은 “수학 자체가 어려운 데다 일부 상위권 대학을 빼면 인문계에서 수능 수학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적어 문과생 대부분 수학을 외면한다”며 “수학 시간에 국어·영어 교재를 보거나 잠을 자는 등 딴짓하는 학생이 태반”이라고 수학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류희찬 한국교원대 교수(수학교육)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학문인 만큼 멀리할수록 국가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학생 누구나 수학의 묘미를 느끼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수학교육을 개혁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