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버이 날'입니다. 저를 낳아 기르신 부모님을 생각하다가 저 자신도 부모라는 걸 깨닫습니다.
지난 '어린이 날'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생각하면 저는 결코 좋은 부모가 아닙니다. 재벌닷컴이 주식평가액을 조사한 결과 만 12살 이하로서 1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가 118명이나 되었는데,
10억원 이상을 가진 아이가 31명, 100억원 이상은 2명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는커녕 저 자신에게도 단 한 주의 주식도 없으니 참 한심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다가 '적당한 결핍이 사람을 키운다'는 명제를 떠올립니다. 극심한 가난은 삶을 피폐하게 하지만 적당한 가난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잠재하는 능력을 계발하게 하여 오히려 그의 삶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물질적 풍요 덕에 행복한 가정보다는 골치 아파하는 집이 많이 보이니, '돈이 많으면 걱정도 많다'는 말이 참말인지, 여유 없는 살림을 견디기 위해 제가 저를 합리화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아이가 아직은 부자 아닌 부모를 부끄러워하거나 불만스러워하지 않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요.
언젠가 제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아이가 저보다 부자로 살게 되더라도 결코 자신의 아이를 '주식 부자'로 만들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주는 균형을 지향함'을 생각할 때, 어린 나이에 억만장자가 되면 반드시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이 결여된 삶을 살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렇게 보면, '어린이 주식 부자' 명단에서 1위를 차지한 허용수 지에스에너지 부사장의 장남(12살)이 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429억9천만원의 주식... 아무래도 열두 살 아이에겐 너무 무거운 짐 같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인 구본천 엘비(L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장남(12살)과 차남(10살)의 보유 주식도 각각 60억5천만원, 55억5천만원의 평가액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아들(7살)과 딸(10살)도 각각 8억1천만원, 8억원어치를 보유했으며, 올해 만 한살인 구본천 씨의 조카와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이사의 손녀도 각각 1억6천만원과 1억원어치의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누군가 재벌에 관심있는 사람이 이 부자 어린이들을 지켜봐주기 바랍니다.
'적당한 결핍이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진리인지 아닌지 알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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