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3

어머님, 부디 평안하소서.

점심 약속 하루 전날 친구가 핸드폰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일 약속 미뤄주세요. 엄마 먼 길 배웅한 뒤로..." 알 수 없는 찬 기운이 온 몸을 세로로 관통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가 감기에 걸리셨다고, "감기조차 꿋꿋하게 이겨내지 못해 산소호흡기를 코에 끼운 엄마를 보고 돌아와 심란"하다고 이메일에 써 보냈던 친구입니다. 문자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면 어쩌나 하는 예의바른 망설임은 젖혀두었습니다. 울먹이느라 말을 잇기 힘든 상황에서도 친구는 어머님 모신 병원을 말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어디 모셨는지 알면 감기 중인 제가 먼 곳까지 걸음을 할 테니 알려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람의 크기는 위기에서 드러난다더니 그 말이 참말이었습니다. 잘 건너지 않는 한강을 건너 어..

나의 이야기 2010.02.10

인연

오래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합니다. 모두 전에 다니던 직장의 동료들입니다. 식탁 위를 오가는 얘기는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로 흐릅니다. 과거가 강이라면 현재는 시내입니다. 시냇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 갈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도 마음 졸이지 않습니다. 모든 물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고작 의지를 북돋우지만 과거는 평화를 줍니다. 오늘의 세상은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니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 적으니 세상이 자꾸 싸움터가 되어 갑니다. 직장이 생활전선이라면 함께 일하는 동료는 전우입니다. 전우끼리 힘을 합해야 버틸 수 있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 자본과 상대평가의 시대는 전우끼리도 싸워야한다고 가르칩니다. 다..

나의 이야기 2010.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