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응급실' 카페에 갔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습니다. 창가 자리엔 두 여인이 담소 중이고, 왼쪽 방엔 손님 하나가 노트북과 씨름 중이었습니다. 저는 두 여인과 멀리 떨어진, 벽에 면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응급실'에 가는 재미 중 하나는 '라디오 스위스'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대개의 동네 카페에서 들을 수 없는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 라흐마니노프나 쇼팽의 음악이 나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 저만치 왼쪽으로 난 통창 밖 풍경을 보면 저절로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 하는 느낌이 듭니다. 어제도 그렇게 행복했는데... 창가 자리 두 여인의 대화가 때때로 슬픔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