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죽는 사람 대개가 묘에 묻혔습니다. 묘가 있으면 묘비가 있고 묘비명도 있었습니다. 묘비명 중엔 망자가 살아서 써둔 말도 있고 남은 사람들이 쓴 말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납골당이 묘를 대신하게 되면서 묘비도 묘비명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묘비명이 사라지는 건 안타깝습니다. 묘비명은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이 남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나 당부 같은 말이니까요. 5월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님의 묘비명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조차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모두와 함께 나눔'을 뜻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삼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빕니다. 여적]추기경의 묘비명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고(故) 정진석 추기경 선종 나흘째인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