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네 신문의 종합편성(종편) 채널 4사가 일제히 개국합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신문은 종편 출범을 비판하며 1면 광고난을 하얗게 비워 신문을 발행했습니다. 다른 신문들은 그렇다쳐도 동아일보는 한때 민족지로 존경받는 신문이었는데 어쩌다 저렇게 시대착오적인 자본주의의 나팔수로 전락했는지 한심하고 안타깝습니다.
언론노조는 오늘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종편 시청 거부운동'을 시작합니다. 300여 개의 시민단체와 언론단체로 이루어진 '조중동 방송퇴출 무한행동'도 같은 곳에서 종편 개국 규탄 시자회견을 연다고 합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미국도 '동일 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하진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200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동일 시장 내 신문, 방송 겸영 일부 허용을 추진했으나 의회가 이를 부결시켰다고 합니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여론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없는 신문에게 정부 보조금을 주어 망하지 않게 한다는데, 우리 정부는 힘있는 신문사들에게 방송까지 허락하여 제 '귀에 캔디'인 여론을 키웁니다. 게다가 광고 판매에 혈안이 되어 광고에 뉴스 보도를 묶어 파는 일이 흔해질 테니, 이제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진실을 알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에이'는 지난달 주요 광고주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가이드'에서 "보도상품 패키지(광고)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국내 제작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보도 프로그램의 앞뒤 및 중간광고를 묶어서 구매하는 기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상업방송인 종편 네곳이 시청률 경쟁에 돌입하면 방송의 질 저하도 가속화할 테니, 그렇지 않아도 천박한 방송이 더욱 천박해질 겁니다. 정부가 잘못할 때 믿을 건 국민밖에 없습니다. '바보 상자'였던 텔레비전이 이젠 '나쁜 상자'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머지 않아 시민의 교양과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정확히 반비례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종편을 출범시켰던 정부는 역사의 회초리를 맞게 될 겁니다. 종편, 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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