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울시장 선거가 가르쳐준 것 (2011년 10월 28일)

divicom 2011. 10. 28. 22:05

오늘 중앙일보 인터넷판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학과장 송종길 교수)에 개설된 ‘정치미디어 특강’을 듣는 대학생 10명은 서울시장 선거운동 기간 중인 10월 17~24일 박원순·나경원 두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 유세 현장을 관찰한 후 3개 항목(‘선거캠프 분위기’ ‘유세 현장’ ‘슬로건’)에 대해 리포트를 써서 제출했다고 합니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은 광화문 프레스센터 9층에 자리 잡았던 나 후보 캠프는 ‘회사 사무실’을 연상케 했으나 박 후보 캠프는 소통이 자유로운 ‘카페’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박원순 선거캠프는 공간이 유리벽으로 분리돼 있었다. 한 40대 남성이 큰 삽살개를 데리고 스스럼없이 드나들었다. 생기 있고 활발했으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경원 선거캠프는 공간을 칸막이(파티션)으로 나누고 ‘상황본부’ ‘선거전략 회의실’ ‘기자석’ 등의 표시를 해놓아 회사를 연상케 했다.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방문객 대부분은 나이 든 남자분이었다.”(최진용·3학년)

 

“나 후보 캠프는 위치(광화문 프레스센터 9층)부터 기득권층의 딱딱한 분위기였다. 사무실 메시지 보드에는 오밀조밀 극우적인 말들과 박 후보를 비하하는 메시지들이 씌어 있었다. 너무 보수적인 느낌이었고 접근성도 떨어졌다. 박 후보 캠프는 빌딩 2층에 위치해 쉽게 방문할 수 있었고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입구에 박원순 후보의 사진 모형이 시민들이 앞에서 사진 찍기 좋게 배치됐다. 또 메시지 보드엔 박 후보에게 바라는 시민들의 희망 사항이 적힌 포스트 잇이 가득했다.”(탁새봄·4학년)

 

“박 후보 캠프는 영락없는 카페의 모습이었다. 캠프에서 박 후보 선거공약서를 읽었다. 표지에 있는 ‘희망셈법’이 인상적이었다. 자원봉사자 한 분이 다가와 명함을 건네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대부분 생업을 미루고, 무보수로 일한다고 했다.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반면 나후보 캠프는 삭막했다. 평균 연배가 박 후보 캠프보다 훨씬 중후해 보였다. 나를 대하는 태도도 ‘젊은 사람이 여길 왜 왔지’ 하는 식이었고 친절하지도 않았다.”(정수진·4학년)

 

“후보 일정을 물어봤을 때 나 후보 캠프에선 일정표만 건네줬다. 반면 박 후보 캠프에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나 후보 캠프에선 공약집을 살펴보려고 데스크에 물어보니 지금은 준비돼 있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와 황당했다. 선거캠프에 공약집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박 후보 캠프의 자원봉사자는 방문 내내 신경을 써 주다 자리를 뜨려 하자 내 손을 꼭 잡으며 투표를 부탁했다. 정이 느껴졌다.”(김혜림·4학년)  

 

“나 후보의 키워드 중 ‘안심’이란 단어는 보수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녀만의 강점이 되는 이미지를 살려야 했다.”(정수진)

 

“박 후보 캠프에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슬로건 중 ‘착한 사람이 이깁니다’라는 구호가 인상적이었다.”(김혜림)

 

“박 후보의 선거 유세는 ‘작은 콘서트’와 같은 느낌이었다. 나 후보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 명씩 만나 악수를 하는 ‘재래식’이었다.”(최진용) “나 후보의 유세는 평상시에는 돌아보지 않다가 선거기간만 되면 돌아다니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기사를 읽으니 나라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정확한 눈을 가진 젊은이들이 행동, 즉 투표까지 하니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밝은 눈 가진 사람의 눈엔 다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임하다 대패한 한나라당, 패배의 이유를 파악하는 대신 친위세력을 기용한 청와대, 앞으로의 진로를 걱정하는 다른 정당들, 모두 이 젊은이들의 리포트에서 힌트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변해야 하는 건 정치와 정당과 정부만이 아닙니다. 똑똑한 젊은이들을 키워낸 부모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들도 변해야 합니다. 자신들의 20대와 오늘날의 20대를 단순비교하며 '요즘 애들'을 연뱔하는 기성세대들, 그들과 젊은 세대가 공존하는 가정과 사회도 변해야 합니다. 

 

위의 대학생들이 지적한 나경원 후보 쪽의 경직성, 관료적이며 군림하는 투의 '재래식' 정치적 분위기가 우리집엔 없는지, 우리 회사는 박원순 후보 캠프처럼 '투명'한지, 그 캠프의 자원봉사자들처럼 서로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지, 가족간에 동료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운동 기간에 두 후보의 캠프가 보여준 크나큰 차이가 교사가 되고 반면교사가 되어 각 가정과 직장,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소통'을 북돋아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