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세훈 배우수업 (2011년 8월 23일)

divicom 2011. 8. 23. 08:32

요즘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습니다. 노여워하고 울고 무릎을 꿇는가 하면 시장통을 돌아다니고... 그분이 벌이는 '공연'을 보고 있으면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저렇게 한가한가? 에너지와 예산을 쓸 곳이 그렇게도 없나?'하는 의문이 듭니다. 연예인 김흥국 씨처럼 그분의 '공연'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무상급식'은 한마디로 '돈 없는 집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말고 밥 먹이자'는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 '돈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쇼를 하고 있으니, 사람의 본성에 잔인함이 있다는 말이 맞긴 맞나 봅니다. 그들은 주장합니다. 왜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고? 그건 그렇게,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밥을 먹여야 상처받는 아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밥 먹을 때만 평등하면 뭐하냐, 학교 밖에 나가면 어차피 불평등한 사회인데?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질문 속에 답이 있습니다. 학교 밖에 나가면 불평등한 사회이니 학교 안에서라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겁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가난한 집 딸인 제가 기죽지 않고 그 학교에 다니며 양심적 시민으로서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날 김옥길 총장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때문일 겁니다. "이 자리에는 침대에 앉아 가져다 주는 밥을 먹고 온 사람도 있고, 언 물을 깨어 동생과 밥을 지어 먹고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학교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여러분은 다 똑 같은 이 학교의 학생이다."

 

학교에서 평등한 삶을 경험한 아이는 사회에서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지만, 학교에서부터 불평등한 삶에 길들여진 아이는 사회는 으레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패기를 가르치는 곳이지 자포자기를 부추기는 곳이 아닙니다.

 

내일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날, 기권이 곧 선택인 의미있는 날입니다. 투표소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올바른 투표가 되는 날입니다. 모레, 자신이 공언한 대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세훈 씨가 배우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배우로서 성공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