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신 분이 라디오에 나와 4대강 사업 덕에 올 여름 침수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 높은 분이 그렇게 믿는다는데! 하릴없이 허만하 시인의 '낙동강 하구에서'를 펼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는 낙동강을 보면서는 이런 시를 쓸 수 없을 겁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아름다움, 그로 인해 태어나지 못한 시는 또 얼마나 많을까... 브레히트가 노래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시대입니다. 허만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에서 인용합니다.
낙동강 하구에서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물결 틈으로
잠시 모습을 비쳤다 사라지는
섭섭함 같은 빛깔.
적멸의 아름다움.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커다란 긍정 사이에서
서걱이는 갈숲에 떨어지는
가을 햇살처럼
강의 최후는
부드럽고 해맑고 침착하다.
두려워 말라, 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머니.
죽음을 매개로 한 조용한 轉身.
강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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